
작년 12월1일 제주발전연구원장으로 취임했으니 어느덧 두 달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만나는 분마다 “요즈음 바쁘시죠”라고 첫인사를 건넨다. 원장 취임 이전에도 바쁜 일상에는 익숙해 있던 터라 물리적 스케줄을 소화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다양한 일들을 새로이 경험하느라 나날이 긴장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취임 후 신문과 방송을 통해 ‘작지만 강한 제주발전연구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 목표는 필자가 대학 재직 시절인 2012년 제주발전연구원 개원 15주년 세미나에서 연구원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제시했던 것인데 이제는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제주발전연구원은 다른 시·도연구원에 비해 조직의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질 좋은 보고서를 만들어내는 연구역량이 강한 연구원, 연구를 통해 제안된 정책들이 도정에 반영되는 정책영향력이 강한 연구원, 이를 통해 도민들의 무한한 신뢰를 받는 연구원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바람이자 도민과의 약속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ESC & UP 전략’을 제시했다. 컴퓨터가 작동을 멈추면 ESC 키를 눌러 문제를 해결하듯이 연구원이 도민들로부터 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 보자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실제 자료 및 증거에 근거한(Evidenced-based) 정책연구를 하고,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듯이 현장을 중시하는(Site-oriented) 정책연구를 하고, 도민·집행부·도의회 등 고객에게 집중하는(Customer-oriented) 정책연구를 하자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연구원이 제주지역 발전에 방향타 역할을 제대로 해 최고 및 일류의(Ultimate and Prestigious) 연구원으로 도약해 보자는 전략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제주지역 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창출해 내는 싱크탱크(Think Tank)다. 이 용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국방전문가들이 국방전략을 논의(Think)하던 안전한 공간(Tank)을 의미하는 합성어로 등장했다. 지식정보사회로 진화됨에 따라 사회적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식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제시할 수 있는 싱크탱크에 대한 사회적 수요 및 기대가 증대되고 있다.
제주지역 싱크탱크인 제주발전연구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의 질이 높아야 하고, 연구의 독립성이 강화돼야 하며, 연구성과의 영향력이 증대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모든 연구원은 도민과 후손에 대한 무한책임감을 가지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살아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대회에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으나 새로운 감독 슈틸리케를 만난 후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최선을 다한 준우승’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다시 받는 팀으로 변모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히딩크에 이어 한국 축구 부활의 새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한국을 위해 모든 것을 보여주었으므로 국민들은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하면서도 대표팀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3가지를 주문했는데 연구원 운영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
첫째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발전이다. 연구원도 최신의 연구방법론을 습득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둘째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섬세함이다. 우리도 연구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정책 제언을 더 섬세하게 디자인할 것이다. 셋째는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창출하지 못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원도 연구결과의 적시 제공을 통해 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할 것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반전 스토리가 제주발전연구원의 스토리가 될 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