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백서향’ 도내 곶자왈 지역에만 한정 서식
‘제주백서향’ 도내 곶자왈 지역에만 한정 서식
  • 제주매일
  • 승인 2015.0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 이야기
④가장 먼저 곶자왈 봄 알리는 전령사
▲ 한방에서는 신경통, 종기, 섬유, 해독 등 약용으로 쓰기도 하며 무엇보다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길고 향기가 있어 관상수로 각광받고 있는 제주백서향. 자생지서 촬영.

입춘을 지나며 동장군의 기세도 많이 꺽이고,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봄의 기운을 찾아볼 만한 시기다.

이런 시절에는 철 모르고 불시개화(不時開花)한 꽃소식은 마치 봄이 온 것처럼 사람들을 설레게 하며, 흔한 밭이나 공터의 잡초들도 봄꽃으로 대접 받기에 충분한 때다.

기상학적으로 봄은 ‘하루 평균 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가 9일 이상 지속되는 첫 번 째 날’을 봄의 시작으로 정의하는데, 식물학적으로는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봄이 아닐까 아주 단순한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요새는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환경변화로 이런 부분이 다소 엊박자를 보이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 경남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백서향.

감상기간 길고 향기 좋아 관상수로 각광

우리 주변에는 봄소식을 전담하는 식물이 많이 있다. 취향이야 사람마다 다른 것이지만, 겨울부터 봄까지 피고 지는 동백나무를 비롯해 앙상한 가지에 꽃을 피우는 매실나무나 생강나무도 있고, 초본류 중에는 세복수초나 수선화 등이 있다.

봄꽃 소식은 대부분 저지대의 민가 근처나 해안가 같은 곳에서 먼저 찾아볼 수 있다. 제주의 곶자왈에도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식물중 하나인 백서향(白瑞香)라는 식물이 있다. 흔히 천리향 또는 서향이라고 하는데, 꽃이 핀 모습을 보면 어디서 본 듯한 작은 나무일 것이다.

요새는 곶자왈로 이어지는 올레길들이 늘어나면서 전보다 더 많이 접할 수 식물이 됐다.
 
백서향(Daphne kiusiana)은 팥꽃나무과(科)의 식물이다. 팥꽃나무과는 좀 생소할 수 있는데, 백서향과 사촌쯤 될 수 있는 식물로 섬유자원이나 조경수로도 간혹 이용되는 삼지닥나무 정도가 있다. 흔히 조경수시장이나 화원에 가보면 천리향이라고 하며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백서향 종류도 있지만 서향이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서향은 잎이 조금 작고 꽃에 붉은 기운이 많이 돌고, 꽃이 순백색인 것은 백서향이다.

서향은 자생식물은 아니며 중국이 원산지로, 남부지방에서는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반면 백서향은 제주도와 남해안지역에 자라는 자생식물로 차이가 있다.

백서향은 종종 1월말 경부터 하얀색 꽃을 피우기 시작하며, 숲속을 은은한 향기로 가득 채워주는 특징이 있다. 한방에서는 신경통, 종기, 섬유, 해독 등 약용으로 쓰기도 하며 무엇보다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길고 향기가 있어 관상수로 각광을 받아왔다.

순백색의 꽃은 자웅이주여서 암그루와 수그루가 따로 있다. 자생지를 돌아다녀 보면 수그루가 상대적으로 많아 종자를 구하기가 어려운 편이어서 꺽꽂이를 통한 증식을 많이 한다. 

 

▲ 곶자왈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제주백서향. 경남지역의 백서향(오른쪽)보다 꽃이 화려하다.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고유식물

최근 제주지역에 자라는 백서향은 '제주백서향(D. jejudoensis M. Kim)'이라고 새롭게 명명됐다. 예전부터 백서향은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도서지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 남해안 지역에 분포하는 종과는 꽃의 털이나 잎의 크기 등에 차이가 있어 새롭게 제주백서향으로 불린다.

제주백서향은 꽃받침 통과 열편(꽃잎이 펼쳐진 부분)에 털이 없고 장타원형(점첨두) 잎을 가지고 있으며, 백서향은 꽃받침 통과 열편에 털이 있고 도피침형(급첨두) 잎을 가져 뚜렷하게 차이가 나 새로운 종으로 보고됐다. 두 종은 자라는 환경도 차이가 있는데, 제주도에서 백서향이 자라는 지역은 좀 독특하다. 모두 곶자왈지역이기 때문이다. 동쪽지역은 선흘동백동산과 김녕곶자왈 일원, 서부지역은 저지곶자왈이나 안덕곶자왈 등이 자생지이다. 다시말해 제주백서향은 곶자왈지역에만 한정돼 자라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백서향의 보고는 기존과는 격이 현저히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백서향은 고유식물(특산식물)이 되는 것으로,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곶자왈지역에만 자라기 때문에 곶자왈 한정분포종으로 일종의 대표성이나 상징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양치식물 중에 곶자왈을 대표할 수 있는 종류로 제주고사리삼이 있다면 키작은 나무인 관목 중에는 바로 이 제주백서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백서향에 대한 관심을 넘어 제주특산식물인 제주백서향의 활용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된 것이다.
 
최근 들어 이 제주백서향의 보존을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체수의 감소나 자생지가 협소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선흘 동백동산은 백서향의 천국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점차 보기 힘들어지게 됐는데, 원인으로는 관상가치가 매우 높아 남채돼온 점도 있으며, 자연적인 식생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본래 백서향이 자라는 공간은 빽빽한 상록활엽수림 내부보다는 숲 가장자리 쪽이나 낙엽활엽수가 혼재하는 지역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일년 중 일정기간 충분한 광량이 확보될 수 있어야 안정적으로 생육할 수 있고 후손의 전파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곶자왈 지역의 식생변화는 물리적으로 조절하기도 힘들고 관리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대로 개체의 감소를 방치해서는 안되며, 증식방안 마련과 대체 자생지의 조성 등으로 장기적인대책도 반드시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주백서향처럼 누구보다 일찍 봄을 준비 한다는 건 외롭고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사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아주 책임감 있고 설레는 일은 아닐까 한다. 다가오는 봄, 제주백서향처럼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은은한 향기가 나는 봄을 준비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