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에서는 조선시대 최악의 군주가 누구인지 묻고 답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자주 눈에 띈다.
글마다 어김없이 거론되는 임금이 제14대 왕 선조(1567∼1608·이하 재위 기준)와 제16대 인조(1623~1649), 제26대 고종(1863∼1907)이다.
이들 3인방 중 요즘 유독 눈길이 가는 이가 바로 전란과 당쟁에 시달렸던 선조다.
지난 5일 끝난 KBS 2TV 퓨전 사극 ‘왕의 얼굴’과 오는 14일부터 KBS 1TV에서 방영되는 정통 사극 ‘징비록’의 주인공은 공교롭게도 모두 선조다.
두 작품에서 각각 선조를 맡은 배우 이성재(45)와 김태우(44)는 약속이나 한 듯이 선조를 각자의 방식으로 새롭게 그리겠노라고 공언했다.
배턴을 주고받은 두 배우의 선조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군주의 상이 아닌 자가 임금이 되면 온 나라가 도탄에 빠지고 큰 환란을 겪게 될 것이오.”
퓨전 사극 ‘왕의 얼굴’은 선조가 관상 콤플렉스에 시달렸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조선 최고 관상가 백경으로부터 “왕이 돼서는 안 될 자가 용상에 앉았다”는 말을 들은 선조는 용안(龍顔) 콤플렉스 때문에 더더욱 권력에 집착하고 모두를 적으로 만든다.
이성재는 광해군에게 부정을 조금 내비치나 싶다가도 이마저도 아들을 위협하고 단속하는 데 활용하는 잔인한 아버지를 무난히 소화했다. 그러면서도 치밀한 정치적 계산을 통해 신하들을 쥐락펴락하는 책략가의 모습도 선보였다. 후반부에는 선조의 콤플렉스를 노린 도치의 계략에 빠져 광기로 치닫고 파국을 맞는 과정을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
‘징비록’은 정통 사극인 만큼 역사 기록대로 ‘핏줄’을 선조의 콤플렉스로 부각했다.
‘왕의 얼굴’에서는 왕권을 사이에 둔 선조-광해군 부자의 애증 섞인 대립이 주축이었다면 ‘징비록’에서는 선조 시절 재상을 지낸 서애 류성룡(김상중)과 선조(김태우)의 미묘한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제작진은 “최악의 국난 속에서 나라와 백성만을 생각했던 혁신적인 지도자 류성룡과 민심을 얻은 류성룡을 질투하고 경계했던 선조와의 대립이 그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