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유토피아’ 제주에 황금알 낳는 미래산업 확신
‘곤충의 유토피아’ 제주에 황금알 낳는 미래산업 확신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5.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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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농의 꿈이 영글다 (5) 이상호 곤충 산업 농가

제주도는 한반도에서 남쪽으로 약 90㎞ 떨어진 곳에 있다. 해발 1950m의 한라산을 중심으로 타원형의 본섬과 8개의 유인도로 이뤄져 있다.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며 368개의 오름이 섬 전체에 고루 분포해 있다.

이처럼 제주도에는 한라산과 많은 오름 덕분에 다양한 곤충이 서식한다. 이러한 곤충들은 또 바다에 막혀 정착하는 덕분에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곤충 산업은 2009년 1600억원에서 2020년 1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곤충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이상호씨 손바닥 위에 놓여있는 굼벵이로 잘 알려진 꽃무지유충. 이씨의 5년간의 노력으로 지난해 9월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받았다.

▲굼벵이 ‘식품원료 승인’ 한평생

곤충 산업은 농촌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노동력까지 적게 들어 고령화 농촌에서 새로운 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꿈틀거리는 굼벵이(풍뎅이 유충)의 경우 조상 대대로 먹어 온 좋은 효능의 식품인데 반해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어 농가의 소득원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문제는 현행법상으로 꽃무지유충(굼벵이) 동충하초의 경우 식품으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 지역에서 꽃무지유충을 농가의 소득원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일평생을 바쳐온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35평 규모의 시설하우스 안에서 30평 규모의 자동화시설을 설치해 굼벵이(꽃무지유충)를 키우고 있는 이상호(64)씨.

30여 년간 농촌지도공무원으로 근무한 이상호씨는 꽃무지유충의 동충하초를 대량 소비 방안을 마련해 왔다.

그 결과 2004년 산업자원부 지역특화기술개발 연구 사업을 통해 꽃무지유충 대량증식 기술 개발을 했으며, 2007년 꽃무지유충 동충하초 생산기술개발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같은 해 농업과학기술상을 수상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식품원료로 인정받지 못했다.

공무원 생활을 끝낸 그는 지난 5년여 동안 식약청 등지를 찾아다니며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으며, 제안서도 여러 번 제출했다.

지난해 9월 3일 규제개혁 2차 장관회의에서 백유현 한국곤충산업협회장이 곤충 식품원료 인정 확대와 식용곤충에 대한 홍보지원을 건의했다.

결국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지난해 9월 30일 꽃무지유충 분말은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됐다.

▲ 이상호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시설하우스에서 꽃무지유충이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30평에서 6000만원 조수입 꿈꾼다

그는 굼벵이를 1년 한 차례 200㎏ 생산하던 것을 현재 1년에 3~4회 600~800㎏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3000만원을 들여 비닐하우스의 사육사내 온도와 습도, 조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지난해 사업비 보조 사업으로 유충먹이인 톱밥발효기를 들여오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 투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꽃무지유충 분말이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받으면서 식품공전에 등재될 때까지 1곳의 업체에서 식품원료를 제조·가공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제주에서 유충을 생산하면 세종시에 있는 월드웨이 주식회사에서 구매한 후 제조, 가공해 판매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굼벵이 매입단가가 1㎏당 20만원으로 생산원가 과다로 인해 월드웨이 주식회사에서 굼벵이 관련 제품생산계획과 개발계획 마련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월드웨이 주식회사는 1회 제조를 위해 굼벵이 2000㎏이 필요하고 승인된 원료인 분말 생산을 위한 부대비용 5000만원을 들인다.

총 4억5000만원을 들여 식품원료인 분말 600g을 생산한다.

1g당 생산원가가 75만원 수준으로 새로운 제품 개발에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원물 수준이 최고 1㎏당 5만원 수준으로 떨어져야 원물생산자 또는 식품제조업체에 제조 의뢰를 하면 부대 경비를 받고 분말생산에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상호씨는 한 해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 주목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농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년 1회 사육을 3~4회 사육으로 생산성 3~4배 증대와 경영비 절감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꽃무지유충의 성충은 10일 정도의 알 기간을 거쳐 1령(11일), 2령(20일), 3령(40일)을 지난 후 번데기(25일)로 자라나게 된다. 이처럼 사육기간이 100~110일인 꽃무지유충은 누대사육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이상호씨는 현재 한해 조수입도 1600만원 수준에서 4800만원~64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씨는 “현재 한시적 식품으로 돼 있는데 기간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통상적으로 그 기간을 5년으로 본다”며 “5년 이내에 식약청에서 승인 작업을 시작해서 굼벵이 소비량과 인체 이상 유무를 파악해서 5년 동안 판단해서 일반식품 공전에 등기를 하게 되고 그러면 누구나 제조·판매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먹이 참나무 대체 삼나무 실험 ‘실패’ 좌절

이상호씨는 전량 육지부에서 공수하고 있는 먹이인 참나무 톱밥에 대해 제주지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삼나무로 대체하기 위해 10㎏을 시험재배에 나섰다.

하지만 독성이 있던 삼나무로 인해 전부 죽어버렸다.

이씨는 “삼나무에 독성이 있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삼나무 숲에서는 풀이 안자란다. 일본에서는 그런 것을 알고 1년 동안 삼나무를 자연에 방치한 후 다시 1년 동안 발효를 시켜서 버섯 먹이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삼나무를 먹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바로 포기해야 했다.

▲굼벵이 ‘제주특산품’으로

이상호씨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는 속담처럼 하잘 것 없는 재주라도 쓸모가 있다는 이 의미를 이용, 굼벵이를 제주특산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씨는 “제주는 예부터 초가지붕에서 꽃무지유충(굼벵이)이 많이 생산되었던 자생지로서 현재 제주산을 최고로 인정해 주고 있다”며 “성읍민속마을은 90% 초가집 보존이 되고 있으며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특산품 2500억원 시장이 형성되는 곳이어서 꽃무지유충 제품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제주에는 꽃무지유충 먹이인 참나무톱밥을 생산할 재료가 없어 전량 육지부에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제주지역 농가에서는 연간 200t을 구매하는데 6000만원, 해상물류비 3000만원 등이 들어가 해상물류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꽃무지유충(굼벵이)의 효능

2013년 국립농업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곤충의 식품으로서 영양적 가치는 소와 비교하면 단백질의 경우 비슷한 수준이지만 탄수와물 50배, 비타민 1.5배, 무기질 400배를 함유하고 있다.

또 2000년 국립농업과학원 자료에 보면 곤충유래 간기능 보호물질 탐색 연구를 통해 간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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