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작곡가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인 채동선(1901~1953)은 독일 유학을 마치고 고향인 전라남도 보성에 돌아왔지만, 꿈에도 그리던 ‘집’은 일본인에 의해 짓밟히고 사라진 뒤였다. 원통한 마음을 감출수 없었던 채동선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에 멜로디를 입혀 이 곡을 만들었다. 당시 많은 음악가는 일본을 따랐지만 채동선은 흰 한복에 두루마기, 검은 고무신을 신고 낮에는 농사꾼으로, 밤에는 국악채보에 전념하며 ‘일본’을 거부했다고 한다.
“울밑에선 봉선화야 네모양이 처량하다. 길고긴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반겨 놀았도다.”
‘봉선화’와 ‘고향생각’등을 작곡한 홍난파(1898~1941)는 친일가요인 ‘애국행진곡’을 연주하고, 친일음악단체로 알려진 조선음악협회와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부 등에서 활동했다. 또한 ‘지나사변과 음악’, ‘희망의 아침’등 친일 성향의 글과 작품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친일·항일 인물 38명이 소개된 ‘항일투쟁인물 캐리커쳐 전시’는 제주시 중앙성당 인근에 위치한 다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회 회원인 최한정(사진)씨는 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을 불살랐던 독립운동가들에 비해 친일세력들은 반(反)민족행위를 했다”며 “애국지사들의 업적이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전시”라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전시에는 만화가 안중걸씨가 그린 캐리커쳐가 소개되고 있다”며 “음악가면 음악가, 스님이면 스님, 작가면 작가 등 ‘주제’를 정해 친일과 항일 인물 한명씩을 선정해 묶었다”고 설명했다.
또 “의미있는 전시이지만, 아직 덜 알려져 아쉽다”며 “3월1일이 다가오는 만큼,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찾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