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마을 ‘보금자리’
오랜 세월 자빠지고 무너지고
모자란 반복의 수선과 개선
지원금 눈독 세력 배척
젊은 이주 예술가 적극 활용
지역개발공동체 달성
제주에 도착해 렌터카를 타고 공항과 시내를 벗어나 해변도로를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는 새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달리다보면 반드시 바닷가 마을을 만나게 된다. 해안가 마을들은 올망졸망 작은데다 빈티지스럽고 생경한 이미지 때문에 여행객이 ‘좋아라’ 눌러대는 카메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다. 삶의 터전이다.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먹여 입혀 살리느라 모진 바람과 파도에 시달린 몸을 눕혀 쉬었던 집이고 마을이다. 보금자리다. 그런데 집이고 담이고 할 것 없이 모두 너무 오래됐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무너지는 가운데 개선하려던 노력은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긴급히 ‘땜빵’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결과는 부족하고 아름답지 못하다. 게다가 꼭 필요한지, 정말 잘 기능하는지 대한 깊은 연구도 미흡, 완성도마저 떨어졌다. 어딘지 불충분하고 모자란 일이 반복된 수선이고 개선이었다.
그래서 ‘보금자리’ 마을을 아름다운 보물로 탈바꿈시킬 수 없는가 하는 고민을 한다. 그 결과 나름대로 개발지향점 3가지를 도출해 봤다.
첫째 거주생활형 개발과 안정적 발전 방향이다. 거주편의성을 충족시켜 줄 근린생활시설과 문화예술 소비시설의 확충, 그리고 중장기적 운영방안 마련이다. 지역주민 삶의 질적 향상과 만족도 제고 효과를 기대된다.
다음은 거점개발과 미래적 대안 제시다. 지역 특성을 살린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시장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신상품개발로 미래가치를 창출하자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수익형 관광모델 개발 및 콘텐츠 창작 운영이다. 지역 차별적 관광모델은 특정 지역에 편중된 관광모델을 다각화하며 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만큼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 지속성을 가진 경쟁력을 키워나가자는 구상이다.
지향점에 따른 실행목표는 기능담보(Function)?재미담보(Funny)?이미지담보(Fantasy) 측면에서 구체화할 수 있다. 기능담보의 경우 생활만족도 개선 차원의 마을과 시장경제기능 개선의 오일장, 재미담보의 경우 즐거운 여행을 위한 동네 볼거리와 놀거리, 그리고 이미지담보의 경우 아름다운 풍경과 마을, 추억 만들기 등이 주요 목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3가지 실행목표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F3 리노베이션(Renovation)’이다. 앞으로 심도 깊은 연구가 따라줘야 할 목표다.
구체적인 실행목표가 세워진다면 이를 수행해나갈 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1000만 관광객 시대를 맞이하면서 마을에는 ‘개발’이 ‘난개발’이라는 오욕으로 뒤덮이기도 한다. 미덥지 않은 공사업체들이 지연?학연 등을 이용해 마을의 특정세력과 결탁해 정부 지원금만 눈독 들이는 경우다. 분명히 마을자치위원회가 있지만, 어떤 마을은 부패의 냄새가 진동한다. 이래선 안된다.
제주 등록인구 60만을 넘어서는 데 이주민의 기여가 컸다. 그리고 바람과 돌이 만들어 낸 척박한 땅이었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된 젊은 이주민들로 인하여 요즘 제주는 한층 젊어지고 있다.
젊은 이주민들 속에는 적잖은 작가들(예술가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도내 여러 마을에 흩어져 우리의 이웃으로 삶을 채워가고 있다. 멀리 육지를 등지고 떠나온 이들의 차돌 같은 생명력과 열정의 예술적 감성을 이끌어 낼 동기만 마련된다면 마을마다 무척 다양하고 풍부한 작품이 창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지속적으로, 계획적으로 참여시킬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속적인 콘텐츠 운영도 가능해진다.
이주민과 원주민으로 이루어진 지역개발공동체가 답이다. 여기엔 삶의 애환을 털어줄 기막힌 아이디어와 예술적 아름다움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각 마을 별로 ‘아름다운 마을공동체(가칭)’ 구성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마을공동체’가 주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예술적 기량을 발휘해 가꾸어나가는 제주는 명실상부한 세계자연유산과 더불어 예술이 어우러지는 전무후무한 지역이 될 것이다. 척박하기만 했던 삶의 터전이 대한민국의 보물이 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