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리장성·자금성·진시황 병마용’ 등 세계문화유산
장구한 역사와 자연 1986년 등재 시작 세계인과의 만남
등재지역은 각종 관광인프라 구축 등으로 조상 덕 ‘톡톡’
진시황 병마총 ‘시안’ 가장 아름다운 ‘구채구’ 경제 혜택
중국은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계유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다. 가난한 중국을 벗어나는 계기가 된 개혁개방이 시작된 해인 1978년 바로 그 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가 세계문화유산으로는 독일의 아헨대성당 등 모두 11개의 세계유산이 등재되면서 그 역사는 시작이 된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다소 늦은 1987년에 첫 등재를 시작하면서 5000년 역사를 가진 중국 대륙의 자연과 문화가 세계인들과 한층 가깝게 만나게 된다. 1986년 최초 신청 결과로 장성과 자금성, 베이징 원인 유적지, 돈황의 막고 석굴과 진시황의 병마용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산동성의 태산이 자연문화 복합유산으로 등재가 됐다. 이후 중국은 2014년까지 모두 47개의 세계유산을 가지게 된다.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끊이지 않았던 외침과 지속되는 내전과 전쟁으로 많은 문화재들이 소실되고 유실되고 유출되고 노략됐다. 1949년 신중국이 출범하면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소중한 문화재들을 보존하려는 정책을 만들어 관심을 가졌었으나 또 다시 10년간의 문화대혁명은 많은 문화재들의 훼손과 파괴를 가져 왔다.

넓은 대륙의 땅에서 오랜 역사를 거치며 살았던 사람들이 만들어 왔고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마땅할 유산들이 이방인들에 의해서, 또는 중국인들 자신들이 진행한 파괴와 약탈의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소멸돼 간 것이다. 그 후 개혁개방과 함께 이어진 세계유산 등재 등의 노력으로 뒤늦게나마 중국의 문물들은 제대로 보존되기 시작했고, 복원되거나 다시 발굴되고 개방되어 세계인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인들이 보유하게 된 세계유산들은 그 가치의 보존과 공유라는 성과 외에도 유산에 주변하여 살아가는 인민들의 실생활에도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다. 등재가 확정된 유산은 물론이고 신청 대상을 가지게 된 지역의 도로가 사통팔달로 정비되는 것은 기본이고 갖가지 관광 인프라가 갖추어지면 세계유산 브랜드를 들먹일 수 있는 ‘유명세’는 곧바로 기존의 입장료 수입을 몇 배에서 수십 배로 늘려준다. 내국인 관광객에다 외국인들이 몰려들면서 없던 마을도 생겨나며 주민들의 생활수준도 몰라보게 달라진다. 정말이지 조상 덕을 톡톡히 보며 사람 팔자를 바꾸고 있는 지역이 한 두 곳이 아닌 것이다.
조상 덕 보기 으뜸인 도시가 바로 옛 이름이 창안(長安)이었던 시안(西安)이다. 로마 시민들이 들으면 섭섭해 할 일일지 모르겠으나, 중국 사학자들은 종종 로마와 시안을 비교하기도 한다.
시안은 한나라에서 시작, 당나라가 멸망하여 904년 낙양으로 천도하기까지 근 1000년간 ‘중국’의 수도였으며 중국의 문명을 대표하는 도시였다. 로마와 시안은 비슷한 시기에 각기 동양과 서양 제국의 수도로서 문명을 구가한 것도 유사하고, 강한 역사를 뒤로 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것도 그렇다.
지금은 후손들이 긴 역사와 많은 사연을 간직한 채 살아가며, 세계 사람들을 불러 모아 과거의 영광을 잊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유사한 것은 2곳 모두 조상들이 남긴 유산들이 후손들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고 있다는 점이다.
로마의 많은 유산들로 받는 후대들의 혜택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시안도 만만치 않다, 시안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은 한국인이다. 세계 고고학상 위대한 발견의 으뜸이라는 병마용은 우물을 파던 농부들이 우연히 땅 밑으로부터 찾아낸 어마어마한 유적이다. 이 하나만으로도 고도(古都) 시안(西安) 일대가 끊이지 않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엄청난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병마용을 발견한 양씨 성의 한 농부는 병마용 입구에서 한 동안 관광객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월급을 받는 중국 최초의 직업을 가지게 됐다. 그의 아들 역시 병마용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15년 전 병마용을 찾았을 때 줄지어선 관광객들과 한 번에 10위안씩 받고 사진을 찍어 주던 그 노인을 본 적이 있는데 아직도 건재한지 궁금하다.
또 한 곳,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칭송하고 있고 1992년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쓰촨성(四川省)의 지우자이꺼우(九寨構)다. 어느 날 중국인들이 그 곳에 사는 원주민들을 부러워하게 된 세계유산이 된 것이다.
깊고 깊은 산골짜기가 국가보호관광지에서 다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이곳에서 9개 마을을 이루며 가난하게 살던 소수민족인 짱(藏)족 주민들 전체가 집단으로 부자가 됐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지역 내 각종 영업권에도 권리를 가지고 있고 보조금도 받는 등 각종 혜택을 누리고 있어 산중에 살던 사람들의 팔자는 확 바뀌었다고 한다.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라고도 평가 받는 중국식 사회주의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중국인들에게 조상들이 물려준 자연과 문화가 이곳저곳에서 그야말로 진짜 유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중국은 현재 각종 사연을 담은 약 500개의 유산이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대기 중이다. 매년 국가 별로 자연과 문화 분야 유산 각 1건만이 등재 가능한 유네스코의 규정으로 본다면 중국의 경우 매년 2개씩 탈락 없이 모두 등재가 되더라도 현재 대기중인 유산의 등재에만 250년의 세월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이 밖에도 언제 또 경천동지할 엄청난 문화재가 그 넓은 대륙의 땅 어디에서 솟아날지 모를 일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세계 1위’가 당연해져 버린 중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언제 등재 세계유산의 수가 이탈리아의 49개를 넘어 세계 1위 자리에 등극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일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세계유산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아주 각별하다. 그리고 중국인들에게 가장 가까운 해외의 세계자연유산은 바로 제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