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시대 제주농업 위기
FTA시대 제주농업 위기
  • 제주매일
  • 승인 2015.0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고문삼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장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우리 농업인들은 청양(靑羊)처럼 올 한해는 밝은 희망과 양털과 같은 따뜻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심각하다. 예년 같으면 지난 해 농사를 잘 마무리하고 올 한해 새로운 영농설계를 구상해야 하는 소중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고 있다. 작금의 제주 1차 산업의 현실이 풍전등화이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감귤 가격의 호조에 감귤농가들은 흡족했다. 이는 10년 전 대대적인 감귤원 폐원에 따른 특수 효과와 함께 좋은 날씨로 ‘하늘이 도와’ 감귤품질이 좋았던 데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올해는 감귤 시세가 좋지 않다. 좋았던 상황에 감귤재배 농가의 자생력을 키우는 일에 등한시 한 부분이 있다. 2014년산 노지감귤은 56만9000톤으로 생산량이 많이 늘었다. 아울러 품질 저하와 출하초기 강제착색한 극조생 저급품 감귤 출하 등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우리 농업인단체에서도 이러한 감귤농가의 반성과 자책을 하면서 제주농정 당국에 1차 산업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몇 가지 대책을 요구한다.

첫 번째, 노지감귤 생산 및 유통처리에 관한 특단의 대책이다. 제주감귤 조수입은 2013년산이 901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4년산 감귤처리는 기상이변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격이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생산예상량 56만9000톤 중에서 81%인 46만3000톤이 처리됐으나, 평균 가격은 10㎏ 상자당 1만1000원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감귤박 처리 문제라고 하니 우리 농업인들에겐 지금도 가공용 감귤처리가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정은 2014년산 노지감귤 처리상황의 문제점을 공감한다면 감귤 적정생산량을 재조정 하거나 감귤 생산량을 감산하기 위한 정책을 신속하게 수립하고 농업인 의견을 수렴해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두 번째, 월동채소의 작부체계 개선과 농협도 제 역할을 다해 주길 바란다. 매년 반복되는 월동채소 유통처리 문제는 제주농정의 단골 메뉴가 돼 버렸다. 그렇다고 100% 제주도정의 책임만으로는 전가하지는 않겠다.

그것은 제주도 농정당국에서 양배추, 당근 품목에 대해 발 빠른 선제적 대응으로 중앙부처에서 제주의 농정시책을 인정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도 매년 김장배추 수급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제주농협은 월동채소 유통처리 문제에 대해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 책임지는 ‘농업인을 위한 농협의 역할’을 수행하길 바란다. 제주도정은 또한 이번 기회에 밭작물에 대한 과감한 작부체계 개선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세 번째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부터 청정 제주 이미지를 반드시 사수하는 일이다. 얼마 전 제주에서 고병원성 AI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철새 도래지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으나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제주의 1차 산업은 완전히 붕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관계당국에서는 철저한 비상방역관리 체제를 빈틈없이 가동해야할 것이다.

최근 농업은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는 게 사실이다.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와의 FTA가 지속적으로 체결되고, 쌀 관세화가 이루어지면서 우리 농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우리 농업인들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1차 산업분야 지원책에 대한 제주도정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