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교육정서 없던 대대적인 체질개선으로 분주
이전 교육정서 없던 대대적인 체질개선으로 분주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5.0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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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제주교육계 결산 <上> 공교육계

2015년 2월이다. 2014학년도 마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제주공교육계는 진보 성향의 신임 교육감 선출을 계기로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시작했다. 6·4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벌어진 세월호 참사는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문제에 대한 전사회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제주한라대학교 교직원들은 학교법인과 대학의 여러 비위 의혹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고,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출석일수가 모자란 학생들에게 졸업자격을 부여하거나 편법 보강을 실시하는 문제로 내부 고발도 잇따랐다.

 

▲ 지난해 6·4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의 이석문 후보가 제15대 제주도교육감으로 선출됐다. 선거 당일 결과를 확인한 이 후보가 화환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첫 진보교육감의 탄생

2014년 제주도교육청은 고교체제 개편·등교시간 늦추기 등 새로운 교육정책 도입과, 양성언 교육감 체제 이후 10년만의 조직개편 준비로 다사다난했다. 상대적으로 학력과 경쟁을 중요시해오던 제주교육의 오랜 철학과 목표가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면서 교육의 변화를 갈구하는 시민들의 기대와, 혼란을 걱정하며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내·외부의 우려가 공존한 한해였다.

변화의 중심에는 진보 교육감의 탄생이 있었다. 지난해 6·4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의 이석문 후보가 제15대 제주도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전교조 전 제주지부장 출신인 이 당선자는 제주지역 중학생들에게 과도한 입시 부담을 안겨주는 고입문제 해결과, 교사업무 경감, 제주형 혁신학교 도입 및 확대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가운데 제주교육의 대표적 병폐로 손꼽히던 고입문제는 전임 양성언 교육감조차 퇴임 기자회견에서 “(본인 역시)고심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 했다. 신임 교육감도 방도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할 만큼 고질적인 제주교육의 숙제였다. 이석문 교육감은 “고입 문제가 실패하면 제주교육은 미래로 나가지 못 한다”는 말로 고교체제 개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취임 즉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고 제1회 대도민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개편의 방향성을 잡기 위한 여론 수렴에 적극 나섰다.

이 교육감은 제주형 혁신학교(‘다혼디 배움학교’, 올해부터 5곳 시행)를 도입해 입시 위주 교육을 독서·토론·체험·발표 중심으로 재편하고, 등교시간을 늦춰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고 등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정책도 유도했다.

이 교육감은 후보시절 ‘지금은 따뜻한 학교로의 변화를 꾀할 때’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취임 이후에는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인본주의적인 교육철학을 내세우는가하면, 형식적인 특색사업을 대폭 줄이고 교육현장의 과부하를 부추기는 교육청간 1등 경쟁을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신임 교육정의 목표를 오직 ‘교실과 학생’에 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학생 안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제주도민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제주도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는 모습.
▲ 지난해 9월 제주도청소년참여위원회가 마련한 2014 청소년 대토론회 모습. 이 토론회에서는 사회 안전망 검토와 구태한 수학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

지난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 침몰로 안산 단원고 학생 250여명 등 300여명이 사망했다. 세월호 참사는 사망자의 대부분이 제주로 수학여행을 오던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학생 안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교육부는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대안으로 100명 미만의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권장하는 등의 지침을 발표했다.

일선학교에서는 탁상행정이라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까다롭고 급작스러운 교육부의 수학여행 지침을 맞추기 어려운 일부 학교들은 고심 끝에 수학여행을 포기하거나, 학생들을 150명 미만으로 나누는 편법 쪼개기 여행을 선택했다. 지난 8월 제주도교육청의 자체 조사에서는 2014년도 수학여행을 포기한 학교가 도내 188개교 중 39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안전문제와 더불어, 의미 없이 관광지만 도는 구태한 수학여행의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다른 한편, 세월호 참사는 국민들을 학력과 경쟁을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교육정책에서 등을 돌리게 함으로써 두 달 뒤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전국 17개 시·도 중 13곳)이 대거 당선되는 데 주효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간담회를 열고 2015년도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에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기존 결의를 재천명했다.

누리과정 예산 공방

제주를 비롯한 전국 교육청이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놓고 정부와 공방을 벌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누리과정(만 3~5세) 보육료(어린이집, 유치원) 국가 부담 공약이 2015년도부터 전액 교육청의 몫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시도 교육청들은 기존 유치원 보육료 부담에다 어린이집 예산까지 떠맡게 되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이름으로 어린이집 보육료의 정부 부담을 요청하는 결의문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제주도교육청 역시 교부금 감소(201억 원)와 복지비용 확대로 2015년도 가용예산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해 417억 원이 넘는 어린이집 보육료 편성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같이 했다. 그러나 수개월의 대립에도 접점은 찾지 못 했다. 현재 제주도교육청은 올해분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를 5개월분만 확보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 지방채 발행이 결정됐고, 제주도교육청은 ‘전국 유일의 빚 없는 교육청’이라는 수식어를 잃게 됐다.

 

▲ 지난해 11월 20일 제주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총파업 모습. 이들은 점심값 지급, 방학중 임금 지급, 장기근무가산금 상한폐지, 급식보조원 수당 증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 요구 봇물

2014년도는 ‘모든 구성원들이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어달라’는 학교 비정규직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는 한 해였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2378명의 학교 비정규직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주지부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가 ‘제주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라는 이름으로 2013년 11월부터 제주도교육청과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월등히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며 ▲점심값 지급 ▲방학 중 임금 지급 ▲장기근무가산금 상한 폐지 ▲급식보조원 수당 증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0일에는 총파업에 돌입했으나 이튿날 도교육청과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으면서 파업 하루 만에 현장으로 돌아갔다.

비정규직 문제는 학교 비정규직들의 임금체계가 직종만큼 다양해 다수가 만족할 만한 교섭 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최근 방과후 학교와 초등 돌봄 교실이 인력수급에 대한 준비 없이 단시간에 확대되면서 각종 근로혜택에서 제외되는 초단시간 근로자(주 15시간 미만 근무)가 급격히 늘어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점점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 교섭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편 이와 별개로, 양성언 교육감 체제 이후 10년만의 조직개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원업무 경감을 위해 일반직 공무원을 일선학교로 배치하려는 도교육청의 계획을 두고 일반직 공무원 노조의 반발이 불거지기도 했다.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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