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설득으로 행정대집행 투쟁 멈춰

31일 국방부가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해군기지) 해군 아파트(군관사) 공사장 입구 앞에 설치된 농성 천막 등에 대한 강제 철거를 단행했다.
또 다시 강정마을에서 전쟁터 같은 광풍이 휘몰아쳤지만 강정 마을 주민의 아픔과 상처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해서 그 입장에 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예산통제’ 성명을 냈던, 지역을 대표한다던 이들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이른 새벽부터 무려 14시간 동안이나 5m 높이의 망루에서 쇠파이프에 몸을 의지한 채 강제 철거를 저지한 지역 주민을 향한 온정은 지역 주민을 대표 한다던 이들이 아닌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였다.
낮게 깔린 어둠과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강정 주민 등은 강우일 주교의 중재 노력에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던 행정대집행 저지 투쟁을 멈췄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지역구 의원이 입장을 발표했지만 (장하나 의원 제외)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없고, 도지사 등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도 안했다”며 “이번 투쟁으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다. 힘이 닿는 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군관사 강정 마을 내에서 짓지말라 ‘물거품’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마을주민과 해군은 서로의 목표 달성을 위해 몸싸움을 펼쳤다.
이런 가운데 24명이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으며, 12명은 아직도 풀려나지 못했다.
주민 동의 없는 해군 아파트를 마을 내에 짓지 말라며 50~60대의 가장은 5m 높이의 망루에서 쇠사슬을 몸에 감고, 쇠파이프에 몸을 의지한 채 건장한 청년들에 맞서 무려 14시간 동안 싸웠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저항은 해군이 앞세운 젊고 건장한 체격을 갖춘 100여 명의 용역에게 소용없었다.
전날 밤(30일) 농성장 주변에 나무와 철조망으로 쌓은 방어 시설은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용역들에 의해 처참히 무너졌고 손을 쓸 틈도 없이 행정대집행을 저지하던 강정 주민과 활동가들은 한 명씩 끌려나갔다.
● ‘눈 감고 귀 닫은’ 지역 대표들
강정 마을 투쟁 현장을 찾아서는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14시간이 넘는 투쟁에도 도지사, 지역 출신 국회의원, 도의원의 모습은 오간 데 없었다.
농성장 주변에 나무와 철조망으로 쌓은 방어시설에 용역이 들이닥쳐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 부상자가 속출하던 순간에도, 용역에 들려 나갈 때도, 5m 높이의 망루에서 쇠파이프에 의지해 아슬아슬한 농성을 이어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현을생 서귀포시장이 현장을 계속 지키진 못했지만 인근 대천동 사무소에서 현장 상황을 점검, 비상 상황을 대비했다.
강우일 주교는 이날 “더 이상 끌다가는 극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빨리 중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에 연행자에 대해 예외 없이 빨리 석방해야 극한투쟁을 중지할 수 있다고 말했고 경찰도 최대한 노력을 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 해군기지 진상규명 ‘사실상 무산’
이번 강제 철거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 주민과 활동가 등이 군관사 공사 저지 투쟁을 벌여 공사가 멈춘지 99일만에 단행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강정마을 갈등 해소를 위해 제안한 해군기지 진상규명과 정신건강실태조사의 경우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강정마을회는 지난해 11월 11일 마을 임시총회에서 마을 명예회복을 위한 ‘마을회 중심 해군기지 진상조사위원회’를 해군 아파트 철회를 조건으로 승인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