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평화의 섬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지난 27일이었다. 이날 원 지사는 ‘세계 평화의 섬 10주년’을 맞아 “제주평화의 섬을 이루기 위해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일은 제주4?3”이라며 “추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면 국민적 대통합(大統合)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군기지 갈등과 관련 원 지사는 “해군기지가 추진 중인 강정마을의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를 통해 도민 화합을 위한 순서를 밟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군의 강정마을 군 관사 건설 강행 문제는 주민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이 아닌 어떠한 방침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며 해군 측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날 원 지사의 ‘평화 메시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군 관사 공사현장 출입구에 설치된 농성 천막 등을 철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 계고장(戒告狀)이 보란 듯이 발송된 것이다. 원 지사로선 뒷통수를 얻어맞은 꼴이다. 더욱이 전날인 26일에도 원 지사는 정호섭 해군참모차장과 비공개 면담을 갖는 등 군 관사 문제 등과 관련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했었다.
아무리 현실 감각이 무딘 해군이라 해도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설혹 행정대집행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기본 예의는 지켰어야 했다. 이 같은 해군의 행태는 제주도의 대표격인 도지사와 도민들을 업수이 여김은 물론 자존심마저 짓밟은 폭거(暴擧)에 다름 아니다.
이에 따라 강정마을엔 또다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지금까지 해군 명의로 발송되던 계고장이 이번엔 국방부장관 명의로 발송됐다. 그만큼 행정대집행 강행이 임박했다는 증거다. 이에 맞서 주민들도 결사(決死) 저지에 나설 것을 천명하고 있다. ‘강정의 평화’는 이렇게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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