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역사 일본 25년걸린 ‘승급’ 3년내 추진
지원 ‘언발에 오줌’수준…시설비 부담도 막대


지난 15일 한국마사회는 국내산·외국산마의 통합경주, 레이팅(경주마의 능력을 수치화한) 시스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경마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주마생산자 단체 등 관련 업계에선 포장만 화려하고, 농가를 벼랑으로 내모는 ‘불량’ 정책이라며 혁신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8월 ‘제1회 아시아 챌린지 컵’에서 국내산마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자 “파트2 국가로 승격을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 경마의 국제적 수준을 제대로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면서 파트 2 승격의지를 피력했다.
‘파트’ 등급은 국제경주분류표준위원회에서 정한 것으로 미국·일본·호주·독일·UAE 등 16개국이 ‘파트1’ 국가이며, 홍콩·인도·싱가폴 등 11개국이 ‘파트 2’ 등급에 속해있다.
한국은 사우디·에콰도르·멕시코 등과 ‘파트 3’국가다. 대회 직후 마사회는 마주협회를 비롯한 범 경마인(고객·기수·마주·생산자·조교사 등)등을 대상으로 지난 4개월여 동안 혁신안 홍보에 열을 올렸다. 올해 혁신안 발표이후 농가·마주협회 등에 대한 지원방안도 발표하면서 혁신안도 내놓았다. 마사회는 당장 내달 6일 경마부터 일부 등급(C1·C2)에 대해 시범 통합경주를 시행하고, 2018년 파트 2로 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가·마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농가들은 국내산 마 경주를 위해 도입·생산된 말 상당수가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경마주로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마역사 150년을 자랑하는 일본인 경우 파트 2에서 파트 1 진입까지 무려 25년이 걸렸다.
이 기간 일본은 겉으론 외국 산마와의 통합 경주를 시행하면서도 자국산마 보호를 위해 수입마에 대한 높은 관세를 도입, 자국산마 보호 정책과 자국 경마인프라를 키워나갔다.
통합경주를 위해선 무엇보다 말의 기량이 중요하다. 마리당 수십억에 이르는 우량 종마의 정액은 마사회에서 공급받는다고는 하지만 마필을 생산하는 씨암말(마리당 10만불)의 경우 농가가 직접 구매를 해야 한다. 통상 5~6마리의 씨암말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가는 6~7억원을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마사회는 씨암말 구입비 지원액을 연간 15억원을 책정, 마리당 150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이 금액으론 국내 150여 농가에 지원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말·인력(조교사·수의사 등)·시설 개선도 필요하다. 국내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조천읍 교래리 경주마육성목장은 인력·마사 등의 부족해 도내 생산 경주마 중 20%만 소화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훈련시설의 경우 농가에서 해결할 경우 부담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영복 한국경주마생산자협 회장은 “통상 새로운 말을 들여와 경주마를 생산하기까지 5년 정도가 걸린다”면서 “우리에게 시간을 좀 더 달라는 것이지 혁신안 반대가 아니다.
마사회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우리에게 따라오라고 하면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인간의 스포츠 중 유일하게 동물과 함께 하는 경마(승마)는 말과 사람의 교감이 가장 중요한 종목이다. 한국 경마산업을 짊어지고 있는 마사회 역시 일방통행식 ‘갑질’ 정책이 아닌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교감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오는 30일 마사회 혁신안 수용여부를 묻는 임시총회를 개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