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여성의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알려진 ‘해녀’가 위기다. 해녀의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 그리고 자원감소라는 ‘3중고’로 날이 갈수록 힘든 상황이다.
여성이 기계적 호흡장치를 쓰지 않고 물속에 들어가 전복이나 소라 등을 채취하는 어법은 제주도에서만 흔히 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이러한 제주해녀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주바다를 터전으로 독특한 삶과 생활방식을 이어온 제주해녀의 강한 정신력과 생활력은 제주여성 문화의 상징이며 제주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제주해녀의 문화를 계승시키고 무형유산으로 인정받고 존재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전통만을 주장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
그 무엇보다도 해녀어업의 대상이 되는 수산자원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해녀어업 육성을 위한 정책 개발도 계속돼야 한다. 만약 수산자원이 감소하고 소득이 없는 어업으로 전락할 경우에는 제주의 해녀문화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수공간이기도 한 해녀의 조업장소인 마을어장도 현재 ‘위기’ 상황이다. 수온상승에 의한 아열대화와 갯녹음 현상, 과다한 토사 및 담수 유입 등이 위기의 원인이다.
이로 인해 해녀어업의 전통 자원인 전복, 오분자기, 소라, 홍해삼, 성게와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톳․우뭇가사리․참모자반과 같은 해조류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전복․오분자기와 참모자반의 생산량은 극히 저조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는 감소하는 수산자원 회복을 위해 종묘 방류사업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연구원은 방류효과 향상을 위해 건강한 종묘 생산과 다양한 방류 방법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참모자반의 경우는 2개소 마을어장에 시험포를 지정, 양식 가능성 분석을 통해 새로운 ‘어촌계 자율적 실행 사업’으로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제주도는 어업인이 주체가 된 마을어장 관리 모델 창출을 위해 휴식년제 시범 어촌계와 경영평가 우수어촌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해녀 복지를 위한 잠수진료비 지원과 잠수탈의장 보수 등 작업환경 개선 사업도 계속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해녀어업은 제주 어촌문화의 상징이다. 관광산업으로의 파급 등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자연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는 여성 직업으로서 도민들과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자원감소에 의한 수익이 떨어지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녀어업의 재평가를 통해 수익성 창출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정책 개발이 중요하다.
따라서 올해부터 해양수산연구원은 해녀어업 실질소득 향상 연구 과제를 설정하여, 어업인과 산업계․학계, 그리고 행정 및 유관 연구기관과 협업을 통해 해녀어업 수익이 현재보다 1.5배 이상이 되도록 고도생산 시스템 개발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녀어업의 대상자원 확대 개발과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자원육성과 어장관리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게 된다. 또한 소비자 욕구에 대응한 효과적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 해녀어업이 6차산업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해녀어업이 수익성이 있는 어업으로 한 단계 발전한다면 해녀 후계자 확보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해녀’가 매력적인 어업으로 다시 살아나 아름답고 풍요로운 제주바다엔 물결음과 함께 제주여성의 숨비소리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확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