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군 관사 공사장 앞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行政代執行)을 잠정 연기했다. 이로써 주민들과의 충돌은 일단 피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당초 해군은 23~24일 행정대집행을 예고했었다.
문제는 ‘행정대집행’이 해군관사와 관련 겉으로 드러난 법률적 조치일 뿐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제주자치도와 해군은 주민들이 적극 반대하는 군 관사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양측 모두 ‘명분 쌓기용’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疑懼心)을 지울 수가 없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군 관사 문제 해결을 위해 혁신도시 등 제주해군기지 인근지역의 민영아파트 분양임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물론 군 관사 신축을 철회해달라는 요청도 함께였다.
이에 대해 해군은 이달 7일에야 답변서를 통해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올해 말까지 군 관사 건립 완공 가능한 대체부지 확보 △군 관사 건립 찬성주민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설득과 이에 대한 동의서 제출 △이미 투입된 국고 손실과 시공사의 손해배상 방안 마련 등 제주도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들을 제시함으로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제주도가 다시 해군기지와 5분 거리에 있는 사유지를 대체부지로 제안하고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약속했으나 해군은 일언반구(一言半句) 없이 행정대집행 예고로 응대했다. 이는 공사 강행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애초부터 양보할 의사가 없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제주도와 해군의 ‘핑퐁 게임’은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명분 쌓기’에 가깝다. 제주도의 대응도 늦었지만 해군 역시 진정성이 없어 갈등(葛藤) 확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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