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지성’ 일선교사에 거는 바람
‘제주의 지성’ 일선교사에 거는 바람
  • 김영환
  • 승인 2015.0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의 최고 가치는 아이들 행복
‘보수적’ 제주교육의 변화 시도
지역 현실에서 어렵고 외로운 외침


아래로부터 변혁 바람직
제주 가치와 경쟁력 찾는 교육
교사들이 ‘참교육’ 시작해야

“학교는 다시 살아나야 한다. ‘사람됨 교육’을 맨 앞에 둬 공민교육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어에서는 읽고 쓰고 말하는 기술습득을 목적으로 삼기보다 상대의 말과 글을 존중하고 아름다운 소통능력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과학에서는 복잡한 법칙을 외우게 하고 실험하는 능력을 강조하기에 앞서 인류의 행복과 발전에 기여할 마음부터 일깨워줘야 한다.” 1970년대 당시 미국의 학교제도의 문제를 비판한 교육학자 에버레트 라이머(Everett Reimer)가 쓴 ‘학교는 죽었다’에 대한 누군가의 서평이다.

40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학교는 국가에 의해 독점되었으며, 체제에 순응하는 법을 훈련시키며, 사회적 역할의 선별(사회계층화) 작업과 교육에 대한 빈부격차가 특권유지의 기반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라이머는 비판한다. 라이머의 주장이 ‘전적으로 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교육도 상당부분이 그러하고 우리가 인지하든 못하든 순응하는 형국이다.

제주 교육의 현실 또한 예외가 아니다. 모든 학교가 수능에 집중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넘어설 수 없는 계층으로 구분되며, 학교는 그런 진학률로 평가된다.

학교 일선 현장이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도교육감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교육의 최고 가치는 아이들의 행복”이라 말했다고 한다. 한 두 명의 인재가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이라고 믿으며 ‘채찍질’에 여념이 없는 원로보수들이 절대다수인 우리 제주교육의 상황과 현실에서 참으로 어렵고 외로운 외침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가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시스템을 문제 삼으면서도 막상 바꾸려들면 하향평준화와 대학진학의 불이익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그 실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문제라고 말하며 인식하고 있는데도 왜 바꾸려들지 않고, 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가?

얼마 전 학교 선생님들과 토론할 기회가 있어서 “왜 교사들이 제주교육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지 않는가?”하고 물었다. “교사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요. 부모의 욕심이 문제죠.” 나 또한 절실히 공감한다. 그러나 자식사랑이 최강인 대한민국 부모의 마음이 변할 가능성이 있는가? 사실이지만 문제해결에 필요한 원인이 되지 못한다.(TBU: True But Useless). 

반대로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 제주는 내국인 이주민과 중국자본이 물밑처럼 밀려오는 대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홍콩 원주민처럼 수상가옥으로 밀려나지 않으려면 우리도 변해야 한다. 그 변화의 근본은 교육이다.

‘세계 속의 제주’로 중국자본의 유입을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해도 현실의 우리는 내국인에게조차 밀려나고 있음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디어?기술력?경험?자본 등 많은 것에서 밀리며 홈 어드벤티지(Home advantage)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인재들을 서울로 보낼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제주를 지킬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서울로 보낼 아이들은 그들 자신과 부모의 열성에 맡겨두어도 충분하다.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모의 마음을 반영해야 하는 교육정책, 제도 개편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아래로부터의 변혁을 주창한다. 그 변화의 시작은 제주의 최고 엘리트 집단 가운데 하나인 교사들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집중하고 가르쳐야 할 우리의 아이들은 제주를 지킬 아이들이다. 우리가 집중하고 가르쳐야 할 교육은 수능이 아니라 제주의 가치와 경쟁력을 찾아내는 교육, 작금의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제주에 살면서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사와 학생이 함께 연구하는 교육으로 변모해야 한다. 나 또한 문화예술이 제주의 미래가치란 확신으로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하며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