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0.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취업자 증가가 53만3000명으로 12년이후 가장 많았지만 50대가 23만9000명, 60대가 20만명 증가한 반면 15~29세 청년취업자수는 7만6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취업에 성공한 젊은이들도 5명 중 1명은 계약직으로 첫 직장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라 불리다가 최근에는 ‘인간관계와 내집 마련’까지 포기했다 해서 ‘5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심지어 삶까지 포기한 ‘삶포세대’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청년층이 점차 희망을 잃어가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고용여건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2015년 경제성장률을 OECD는 4.2%에서 3.8%로 낮췄고, 한국은행도 최근 3.9%에서 3.4%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이르면 올해에 3만 달러 선을 돌파한다는 뉴스도 접한다.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7번째로 ‘1인당 GNI가 3만 달러 이상,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인 나라가 가입하는 ‘30-50클럽’ 회원이 된다.
혼란스럽다. 일자리가 없다면 3만 달러 시대를 체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경제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일자리가 줄어 실업자가 되거나 수입이 준다면 경기가 좋은 것으로 느낄 수가 없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계기반이 되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대학에 가야한다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OECD회원국 중 가장 높다. 1990년 27%에서 2000년대 중반 80%대를 넘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높은 학력만큼 취업률과 삶의 질도 향상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또한 지나치게 대학진학률이 높을 경우 사회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이든 어느 조직이든 대학졸업자만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학력인플레가 심각하다. 그것도 실력의 학력(學力)이 아니라 스펙의 학력(學歷) 과잉사회다. 학벌지상주의 풍조에 휩쓸려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려 한다. 대출까지 받아가며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졸업장을 받아드는 순간 백수가 되고 빚쟁이가 되는 현실이다.
선진국은 다르다.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30%대 불과하다. 대신 탄탄한 직업학교 과정들이 있다.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독일의 경쟁력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직업이나 진로교육을 소홀히 해왔다. 정부가 고교취업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진로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부모들의 가치관과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미래의 직업세계를 이해하고 자녀의 올바른 진로선택을 돕는 학부모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청소년에게 직업체험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의 자세전환이 있을 때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가 암울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청년층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성찰할 때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가 샤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했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란 뜻이다. 포기도 선택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한 세 가지의 선택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직업, 둘째는 배우자, 셋째는 인생관이다. 이 3가지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 대학만이 ‘현명한 C’가 아님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