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이낳기 정책에도 역행


“대기업(한화)이 운영하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아기 엄마들을 상대로 유모차 대여 장사를하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지난 주말 수원에서 네 살배기, 두 살배기 두 아들을 데리고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다양한 해양생물이 전시된 아쿠아플라넷 제주(제주해양과학관)를 찾은 이모씨(35)는 돈을 내야 유모차를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입장료 2000~3000원인 다른 관광지에서도 무료로 빌렸던 유모차를 입장료가 4만원에 육박하는 이곳에서 돈을 받는다는 것이 황당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두 아들을 안고 구경하기가 쉽지 않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6000원을 주고 2대나 빌렸다.
이씨는 “수원에 있는 집에 아이들을 위한 유모차가 2대나 있다”며 “이제는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유모차까지 들고 다녀야 할판”이라고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상술을 비난했다.
이처럼 동양 최대 규모의 수족관이라고 자랑하는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유모차를 빌려주면서 1대당 3000원의 대여료를 받아 도민과 관광객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2012년 7월에 문을 연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국비와 지방비 195억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 1226억원이 투입된 곳으로 민간사업자(한화)가 30년 동안 운영한 뒤 제주도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정부의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정책에도 역행하며 제주도로 기부채납되기 전에 잇속을 챙기려고 하고 있다는 지적도 사고 있다.
실제로 18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개관 시 무료로 운영됐던 유모차 대여가 지금은 1층 아쿠아플레이스(편의점)에서 대여장을 만들고 1대당 3000원 지급으로 변경됐다.
지상 2층, 지하 2층의 해양생태수족관을 비롯해 해양공연장, 해양체험과학관을 갖추고 있는 이곳을 관람하기에는 보통 2시간30분 내외가 걸려 유아를 대동한 대부분의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유모차를 대여하고 있다.
반면 입장료가 2000원 수준인 제주지역 공영관광지와 대부분의 상업 시설은 관람객의 편의 등을 위해 유모차를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 관계자는 “유모차 대여는 무료로 운영했다가 무분별하게 대여가 되다 보니 문제가 생겨 제도적인 장치로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며 “대여료는 청결유지를 위한 세탁비와 수리비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