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가정 수환이 중병
고입 앞두고 ‘소아암’ 청천벽력
동생도 지병 ‘엎친 데 덮친 격’
다문화가정 2세들이 한마음
십시일반?응원편지 ‘뜨거운 정’
소원은 하나 친구 건강 되찾기
농구를 좋아하는 다문화가정의 수환이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아주 원만하다. 특히 요리에도 관심이 많은 적극적인 친구다.
1월 새해를 맞이하여 다문화가정 중?고교 학생들과 일출을 보러갔다. 올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가장 좋아 할 줄 알았던 수환이는 “몸이 아프다”며 일어나지 못하고 혼자 남아 있겠다고 한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에 “왜 그러지? 얼마나 아프길래 일출을 포기하고 쉬고 싶다고 하지?”하면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감기몸살이려니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며칠 지난 주말에 수환이는 갑자기 호흡이 잘 안되어 인근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게 됐다. “아무래도 큰 병원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제주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바로 서울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생각보다 심각한 진단 결과를 받게 됐다. 말로만 듣던 ‘소아암’이란 판정이었다. 충격이 너무나 컸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수환이 엄마는 ‘청천벽력’같은 사실에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놀랬다고 한다, 크게 소리치고 울고 나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텐데 그럴 수도 없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아이가 지병이 있어서 늘 가슴 졸이며 곁에 있어야 했던 것이다.
병원은 생각만 해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엄마의 아린 가슴을 달래기엔 큰 아들의 건강상태가 너무 심각한 충격이 되고 있다.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듯이 자식의 아픔이 자신의 잘못인양 죄스러운 마음이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고통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했다. 어떻게든 안타까운 현실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주고 싶었다. 지인들을 만나 사정이야기를 하고 지원을 부탁드렸다. 너무도 간절하게 말씀을 드리니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종종 형식적인 인사로 그치는 경우가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런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수환이 친구를 중심으로 다문화가정 2세들이 한마음이 되어 움직였다.
평소 아이들의 ‘카톡방’에는 게임 이야기와 놀이 문화의 이야기가 이어지게 된다. “오늘 뭐함ㅋ, 피방ㅋ 게임중, 알겐 이따봐~”하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카톡방에서 수환이를 위한 염려와 걱정의 메시지로 아픔을 공유하며 성숙해지고 있다.
친구이자, 오빠, 형이 된 수환이를 돕기 위해 모금이 시작된 것이다. 숭진이와 승환이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그리고 받은 돈을 기꺼이 내놓았다. 개구쟁인 줄만 알았던 종건이도 할머니께서 주신 용돈을 모은 5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기금을 마련하며 서로서로 힘을 모아주며 뜨거운 정을 느끼고 있다.
모금이 끝나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예쁜 편지지에 수환이를 위로하는 편지를 써내려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수환이가 무얼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미안하다”는 효령이의 손 글씨가 떨리고 있었다. “빨리 나아서 제주도에 돌아오면 농구도 하고 게임도 하고 싶다”는 주형이는 용기 잃지 말고 꼭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손으로 훔치며 빨강?파랑? 알록달록 색상으로 예쁘게 꾸며가며 글을 써내려가는 아이들의 손동작이 사뭇 진지하다. 잘 안보일 것 같아 걱정하며 크게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들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소아암 환자 가족들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검색하던 주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부하기 위해 머리를 기른다고 한다. 70장의 헌혈증을 내주시는 다문화가정도 있다. 사소하게 느꼈던 작은 정성이 가족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마냥 어리게만 보았던 아이들이 예전처럼 큰소리로 뛰고 떠들던 모습이 아닌 친구의 아픔을 진정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소원은 단 한 가지 친구에게 기적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수환이가 하루 빨리 건강해져서 농구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아 멋진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