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가 파격적인 상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취임 이후 8월의 첫 인사가 ‘탕평(蕩平)’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인사는 ‘인적 쇄신(刷新)’에 중점을 뒀다.
고심한 흔적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원희룡 도정 출범의 산파역을 맡았던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을 과감히 퇴진시켰다. 이로 인해 1955년생들의 예외 없는 공로연수가 이뤄졌다. 1956년생들을 외곽 조직에 배치하는 대신 1957~58년생들을 전면에 포진시켰다. 이중환?양기철 국장 등 젊은 피도 대거 수혈했다.
최대 해외 투자자이자 제주관광의 큰 손인 중국을 겨냥한 조직 개편도 눈에 띤다. ‘관광산업 경쟁력강화지원추진단’은 사실상 중국시장 개척을 위한 포석(布石)이다. 국제적 수준의 카지노 관리 감독을 위해 관련 팀도 신설했다. 당면한 제반 현안에 대해 “일로 승부하겠다”는 원희룡 지사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인사를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100% 만족하는 인사란 없는 법. 도의회와의 불협화(不協和)나 개방형을 빌미로 여성국장을 외부에서 발탁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큰 반발을 불러일으킨 도의회 사무처장의 경우 ‘법’ 해석을 놓고 서로 다투고 있다.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도 될 일을 사사건건 의회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도민들도 피곤해 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여성국장 건은 납득하기 어려운 조처다. 그 많은 실?국 가운데 유독 여성국장만 개방형으로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미 도청 안팎에선 특정인 내정설(內定說)이 파다하다. ‘짜고치는 고스톱’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 보좌관인 현광식씨를 비서실장으로 불러들여 친정(親政)체제를 강화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지만 그러려면 몇 개월짜리 기관장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옥에 티’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인사는 단행됐다. 일로 승부하겠다고 다짐한 만큼 여러 가지 잡음들은 일의 성과로 날려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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