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참배 핑계 ‘4·3 흔들기’ 나선 정부
대통령 참배 핑계 ‘4·3 흔들기’ 나선 정부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5.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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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장관 “무장대 수괴급 해소” 재심의 시사
도민들 “박 대통령 후보시절 ‘참배’했다” 반박
▲ 지난 12일 도내 4.3단체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4.3 영령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제주매일 자료사진>

정부가 대통령 위령제 참석 전제조건으로 ‘희생자 재심의’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도내 4·3단체들은 ‘원칙적으로 재심의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향후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15일 안중근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희생자로 지정된 일부 인사가 무장대 수괴급이라는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대통령의 위패 참배가 어렵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희생자 지정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데 소위원회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주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지난 6일 제주를 방문한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의 ‘4·3 희생자 재심의’ 발언과 같은 취지의 발언으로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14일 국무총리 소속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소위원회(위원장 박재승)를 열고, 일부 보수단체들이 제기한 4·3사건 희생자 재심의와 관련한 문제를 논의했다.

보수단체들은 “제주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에 봉안된 1만4095위의 위패 중 무장대 수괴급 및 남로당 핵심간부 등 53위의 ‘불량위패’가 포함됐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이들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위원회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새로운 입증자료가 나타났을 경우 재심의 할 수 있다’는 기본 방침을 정하면서  화해와 상생의 4·3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간담회는 약 두 시간 반 동안 희생자 재심의와 관련한 열띤 논쟁이 있었지만 보수단체들의 주장에 대해선 새로 제출된 자료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본 후 재심의 여부와 그 방법에 대해서 다시 논의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단체의 4·3흔들기는 이명박 정부 이후 노골화됐다. 이들은 2009년 헌법소원(2건)과 국가소송(2건), 행정소송(2건) 등 모두 6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지난해에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4·3희생자 재심사를 가능토록 한 4·3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화해와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제주사회를 거꾸로 되돌리려 한다‘는 지역사회의 반발로 법안을 자진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4·3 이념 논쟁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정해진 이후에는 근거자료 등을 제시하며 정부 민원 창구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4·3유족회는 “희생자 재심의는 원칙적으로 안 된다”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족회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니까 처리를 하려는 건데 이건 공무원들은 민원절차에 따라 하는 것이지 법적으로도 재심의가 안 되는 사항”이라며 “만약에 정부에서 재심의를 하겠다고 하면 화해와 상생의 4·3 정신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이들의 주장은 53명이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이후에는 4·3 진상보고서 변경을 요구할 것이고, 결국에는 제주4·3의 정의를 무장대 폭동으로 규정하려 할 것”이라며 재심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2012년) 새누리당 지도부 등과 4·3공원을 참배한 적이 있다”면서 “정부는 대통령 참석을 핑계로 4·3 흔들기에 나서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위패봉안실에는 4·3희생자 1만4231명 중 생존자 106명을 제외한 1만4095위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이중 경찰 95위와 군인 35위의 위패도 함께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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