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에 멍든 보길도, 그리고 牛島
개발사업에 멍든 보길도, 그리고 牛島
  • 제주매일
  • 승인 201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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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의 보길도(甫吉島)는 섬 전체가 자연이 만들어낸 정원이다. 초록으로 반짝이는 숲과 고즈넉한 예송리의 몽돌 해변, 쪽빛 바다와 기암괴석의 해안 절경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보길도는 고산(孤山) 윤선도의 섬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정원인 세연정과 고산이 여생을 보낸 낙서재가 세워졌다. 우리 시조문학사에 찬연히 빛나는 불후의 명작인 오우가(五友歌)와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처럼 천혜의 자연과 역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보길도는 완도군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였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보길도와 노화도를 잇는 보길대교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꼭 하룻밤 이상 묵고 나오던 섬이 경유지로 전락하면서 보길도는 피폐해졌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개발 지상주의가 낳은 비극이었다.

‘섬 속의 섬’ 우도(牛島)가 개발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들어선 우도 내 최대 규모인 ‘50실 규모의 숙박시설’이 추진되면서 경관 및 환경 훼손 등의 문제가 논란으로 불거지는 중이다. 현재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우도 각시물 관광휴양지 조성사업’이 바로 그 것이다.

관광휴양지가 들어설 곳은 우도의 대표적 절경(絶景) 중 하나인 ‘돌칸이 해안’과 입접해 있다. 이로 인해 경관 훼손이 불가피한데다 부지 내 숲 지대도 상당해 환경 훼손 등도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전체 사업비(385억원) 조달도 제반 여건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개발사업과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사업자 측의 신청에 결격(缺格) 사유가 없으면 입안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환경이나 경관 등의 문제는 심의를 통해 철저하게 처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이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우도 전체에 득(得)이 될지, 실(失)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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