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6명도 진압 동참 화재 빈발 속 안전 사례 눈길

“창문을 뜯고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시커먼 연기가 가득 차 있었어요. 상황이 워낙 급박해 코와 입을 막을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최근 전국에서 아파트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1000여 세대가 사는 제주시내 한 아파트에서도 불이 났지만 경비원들이 신속하게 대처해 대형 피해를 막았다. 화재 진압을 주도한 경비원들은 소방당국으로부터 유공자 표창을 받는다.
12일 오전 8시31분께 제주시 외도동 모 아파트 6층 복도에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한 집에서 불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목격한 같은 층 주민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김종국(65) 경비반장 등 아파트 경비원 8명은 119에 신고하는 동시에 소화 기구를 들고 현장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그런데 불이 난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문도 잠겨 있었다. 이에 따라 김 반장과 경비원 장성부(73)씨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집 복도의 창문을 뜯어낸 뒤 시커먼 연기를 뚫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확인한 이들은 수돗물로 불을 끄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강치택·장영태·김원석·김성천·김충식·고대진씨 등 6명도 주민을 통제하고 소방출동대 유도 활동을 펼쳤다.
화재 상황에 대비해 진압 훈련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때마침 근무 교대 시간이다 보니 경비원 8명이 함께 있었기에 보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이들의 신속한 조치로 불은 자체 진화됐다. 119가 화재 신고를 접수한 지 8분여 만에 일이다. 이 아파트에는 1012세대가 살고 있어 초기에 불을 잡지 못했다면 자칫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경비원들의 발 빠른 대응 덕분에 화재로 인한 피해는 화장실 벽면이 그을리거나 집기류가 타는 등 소방서 추산 65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전부였다.
이 불은 쓰레기통에 버린 담배꽁초가 불꽃 없이 연소하다 종이류 등에 옮겨 붙으면서 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제주소방서는 주민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 진압에 나선 김 반장과 장씨에 대해 화재 진압 유공자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김 반장은 “시커먼 연기를 보고 나서 의정부 아파트 화재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며 “화재 상황에 대비해 진압 훈련을 받아 실제 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아파트 화재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경비원들의 강한 책임 의식과 체계적인 진압 활동이 대형 피해를 막았다”며 “8명의 경비원이 1012세대 아파트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