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은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에 커다란 금자탑을 쌓은 해다. 정부는 제주도민과 유족들이 염원에 부응해 4·3사건에 대해 국가추념일로 지정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제주재향경우회와의 화해와 상생을 위한 노력의 결과, 제주에서 개최된 제95회 전국체전 개막식에서 대통령과 모든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측 회장이 공동 성화 봉송주자로 뛰었다.
이제 희망찬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역시 4·3유족회는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화해와 상생을 위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다. 아울러 4·3을 왜곡·폄훼하는 세력에 대해선 준엄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이를 위해 첫째, 현재 일부 보수단체와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4·3희생자 재심사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행정자치부 차관이 제주를 방문해 일부 보수단체에서 주장하는 소위 ‘불량위패’ 철거를 위한 4·3희생자 재심사의 뜻을 밝혔다. 4·3특별법에 따라 정부에서 결정한 희생자를 번복하는 것은 4·3희생자와 유족을 두 번 죽이는 것이자,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그리고 여러 차례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이 있었지만 희생자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려진 사안일 뿐만 아니라 시효가 지나 재심사 추진이 가능하지도 않다.
둘째, 수형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함께 4·3특별법 개정이다. 4·3특별법 제정 이래 지난 15년 동안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사업은 많은 진척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형인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수형인명부를 관리해 온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도록 할 것이고, 이를 근거로 관련 법령을 개정할 생각이다.
4·3특별법 제정 이후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대통령의 공식 사과 등 과거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변화가 이뤄져 왔으나, 아직도 4·3의 진상을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4·3유족회는 여러 관련 단체와 6만 유족, 그리고 도민 여러분의 힘을 모아 이에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히는 바다.
셋째, 제주재향경우회와 마찬가지로 다른 보수단체와도 화해와 상생을 위한 노력을 추진할 것이다. 2013년 시작된 제주재향경우회와의 화해와 상생은 최고의 드라마였다. 앞으로도 4·3유족회는 일부 보수단체와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제주사회의 통합을 견인하는 통 큰 길을 걸을 것이다. 4·3 희생자와 유족은 법 제정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좌제로 취업 등에 각종 제약을 받는 통한의 세월을 숨죽여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국가적 차원의 배상보다 인권신장, 국민화합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넷째,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적극 추진할 것이다. 토론회 및 수련대회, 청소년역사기행, 행방불명인 진혼제, 사진전을 비롯한 각종 기존 사업에 더하여 ‘4·3유족회 25년사’ 발간, 회원 교육 강화, 도내외 4·3홍보사업 등의 신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제6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특히,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정부차원의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2003년10월 정부 진상조사보고서 채택과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후 2006년 제58주년 4·3위령제에 정부를 대표해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데 이어, 2014년 국가추념일 지정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을 한다면 화해와 상생, 그리고 제주의 미래를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