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졸바로 하영 쓰자"
"제주어 졸바로 하영 쓰자"
  • 정민자
  • 승인 2015.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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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간판도 부쩍 늘어
기내 제주어 방송 ‘특별한 느낌’
‘위기의 언어’ 인식 높은 관심

제주어 지키기 더욱 필요
지역방송서 제대로 키웠으면
지역의 가치도 높이는 일


요즘 제주시 거리를 걷다보면 반가운 간판들을 만날 수 있다. 정겨운 제주어로 된 간판들이다. ‘몰쿠실낭’ ‘큰가름’ ‘제주살레’ ‘하르방센터’ 등등 제법 많다. 물론 아직도 외국어로 된 간판도 많고, 중국관광객을 위한 간판들도 부쩍 늘었지만 이렇게 간판으로 만나는 제주어도 정겹고 좋다.
간판들뿐만 아니다, 상품이름까지 제주어로 된 것들도 많아 반갑기 그지 없다. 요즘은 제주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에서도 제주어로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잘 갑써, 또 보게 마씀”으로 끝나는 제주어 방송,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제주사람들에게는 제주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제주도만의 특별한 느낌을 주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아이들까지도 이젠 “제주어하면 사라지는 언어다. 그러니 우리가 보전해야한다”는 명제가 인식되어 있을 정도로 ‘제주어의 위기’는 우리 제주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제주어를 보전하기 위해 도내 학계와 교육계 등에서 여러 가지 방안도 내놓고 추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제주어 말하기 대회’ ‘제주어사전 편찬’ ‘제주어표기법 제정’ 등이다. 제주어보전회에서도 제주어강사 양성과정도 운영하며 제주어를 살릴 수 있는 자구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제주어를 사용하여 상품화하는 매장도 하나 둘 생겨나며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제주어에 대한 관심도 유도하고 있다. 방법은 뭐든 상관없다. 제주어의 소중함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함께 즐기며 공감할 수 있는 것이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언젠가 도외에서 온 사람들도 제주말로 소통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가 경상도 말은 잘 못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렇듯 제주어를 사용하는 바람이 부는 분위기가 반갑고 좋다가도 한 번씩 잘못 사용된 제주어를 볼 때마다 어찌나 속상한지 모른다. 참 속상하다. 쓰려면 잘 알아보고 적당한 말을 찾아서 써야하고, 제대로 써야하는데 대충 쓰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며칠 전 지인들과 식사하러 들른 식당에서의 일이다. 제법 큰 식당으로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그런 식당이었다. 그런데 음식도 맛있고 친절한 식당이었음에도 “소감수다, 이딜 촞아주어 고맙수다”라는 문구를 보고는 더 자세하게 조사하고 제주어를 써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사장님께 전해달라며 주방장으로 보이는 분께 ‘소감수다’는 ‘속암수다’로 쓰지만, 식당 관계자가 찾아온 손님한테 인사하는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소감수다는 적절하지 않다며 ‘안녕허시꽈’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그런데 그 분께 들은 말, 식당이 생긴 지 몇 년이 됐지만 나처럼 이걸 지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단다. 분명히 누군가는 식사하면서 봤을 텐데, 아무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니, 이 또한 너무 속상했다.
지역방송 라디오에서 ‘설문대할망’이라는 코너를 진행해온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나름 보람과 책임도 느끼면서 방송해오고 있지만 개편 때마다 줄어드는 방송 날짜수를 보며 늘 속상하고 안타까워했기에 하는 말이다.
적어도 제주어가 사라지는 언어라 보존하고 제주어가 현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더 많이 사용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다루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텔레비전만큼 영향력이 큰 매체가 또 어디 있을까. 방송국 속사정이야 모르지만, 책임 있는 누군가가 나와 ‘제주어 방송’을 제대로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국을 봐도 다양한 로컬 방송국들이 있듯이 로컬방송에서 지역적인 걸 다루지 않는다면 지역의 문화 역시 중앙에 흡수될 개연성이 높다. 제주어를 방송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제주어는 물론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또한 보존할 수도 있는 방안이 모색돼 할 것이다. 우리말이, 제주어가 더 이상 사라질 위기의 언어가 아닌 제주에서는 누구나 일상대화에서 사용하는 국제어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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