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간 정무라인 회복해야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말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수정·가결한 올해 예산 1636억원 중 일부 삭감 예산에 대한 재의요구를 검토하면서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가 일각에선 마비된 정무기능을 회복, 협상을 통해 예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삭감된 내년도 예산 중 법령 및 조례에 따라 편성된 법적필수경비와 국가직접사업 및 국비보조사업에 따른 지방비가 삭감항목에 대한 재의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의회는 재의요구가 들어올 경우 10일 이내 전체 의원 표결처리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표결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재의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도의회가 도의 의견을 받아들일 경우 예산안 사태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고, 거부할 경우 대법원 무효 확인 소송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까지 번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칫 올해 예산안 문제는 해를 넘기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지난해 예산 갈등으로 마비된 도-의회간 정무라인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재의요구 수용기일은 본회의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표결까지 최대 6개월까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의 요구가 들어오더라도 이와는 별도로 양 기관 정무라인을 통한 물밑접촉을 통해 구성지 의장과 원희룡 지사가 합의한 예산 개혁 T/F팀을 조기에 가동, 뒤엉킨 예산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산안 사태는 도의회가 증액, 요구한 의원·공약사업비 문제를 제주도가 거절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원칙’을 내세운 제주도와 ‘관행’을 고수하자는 도의회의 힘겨루기는 ‘협치위원회 조례안’ 심사·보류, ‘협치위원회 수당’ 삭감, 예산안 갈등으로 번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양 기관 모두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형국으로 변질됐고, 정무라인은 사실상 ‘마비’ 됐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지방 정가에선 실종된 ‘정치’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정가 일각에선 “정무기능이라는 게 ‘협상’인데 지금 도와 의회에는 방관자만 있을 뿐 현상가가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양 기관간 물밑접촉을 통해 예산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양 기과수장이 합의한 예산개혁 T/F팀 구성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의회 내부에서도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모 의원은 “좁은 사회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도의 의견도 반영해야 하는데 도의장의 감정싸움 때문에 무지막지하게 예산이 잘려나간 것”이라며 “그래서 정치력이 필요한 것인데 예산 처리과정에서 그게 실종되다 보니 결국 도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만약 도정이 재의요구를 할 경우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치력을 발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