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위령제 참석 이들이 발목 잡는다” 주장
도내 여·야 모두 “4·3 후퇴는 없다” 한 목소리

“일부 4·3 희생자에 대한 재심사가 필요하다.”는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의 발언 직후 도내 4·3유족회와 여·야 정치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희생자 재심사를 박근혜 대통령 위령제 참석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정부가 이념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 오후 제주를 방문한 정 차관은 제주4·3평화공원 참배 직후 4·3유족회 등과의 간담회에서 “일부 보수단체들이 4·3공원에 ‘잘못된(편향 인사) 53명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이들이 위령제에 참석하려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재심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정 차관은 그러면서 “이들 중 대부분은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실제 잘못된 위폐는 몇 안 될 것”이라며 “보수단체와 4·3유족회 등이 함께 이번 한번만 재심의를 하는 게 어떠냐”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10월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가 채택되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된 국가권력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이후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대변되던 제주 4·3이 정부에 의해 또 다시 이념 논쟁에 휩싸이면서 4·3 유족회를 비롯해 도내 정치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문현 4·3유족회장은 “정부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부가 4·3진상보고서를 채택됐고, 10여년이 흘렀다. 이를 재심의 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보수단체들의 잘못된 위폐 주장도 매년 늘어 최근에는 103명있다는 주장이다. 아마 4·3평화공원이 없어질 때 까지 시비를 걸고넘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차관의 이 같은 발언에 도내 정치권도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정종학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은 “정 차관의 발언은 당과 협의 없는 개인적 의견”이라며 “4·3문제에 대한 당의 방침은 정확하다. 추념일 지정에서 앞으로 더 나아가는 것이지 후퇴(재심의)는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는 아직4·3의 완전한 해결이 안 됐기 때문에 유족들의 현실적인 보상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 4·3특별위원회 구성도 제주4·3문제를 당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희생자 재심의 후 대통령을 모시겠다는 정 차관의 발언 자체가 경솔한 것”이라며 “위령제 참석 문제는 제주도당 차원에서 건의를 하고 있고, 중앙당에서 공감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 차관이 이미 정부 차원에서 인정하고 결정된 4·3희생자에 대해 유족들 앞에서 ‘재심의’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이는 국가차원에서 이뤄진 진상규명 결과를 부정하고, 제주 4·3의 역사성을 왜곡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4·3위령제 대통령 참석에 대해 도민들의 간절한 여망은 외면하고, 일부의 왜곡된 문제제기를 근거로 재심의 운운하는 정 차관의 태도는 제주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정 차관은 4·3희생자 재심사 발언에 대해 즉각 도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함고, 미완의 4·3과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먼저 나서겠다는 약속과 실천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