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레이스에서 ‘빅2’ 구도를 형성한 박지원·문재인 후보가 제주를 방문, 지역 당심(黨心) 잡기에 나섰다.
다음달 8일 ‘2·8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에 뛰어든 ‘빅2(박지원·문제인)’ 후보가 나란히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역대 선거에서 정치 풍량계 역할을 해 왔던 제주에서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두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강창일 국회의원을 비롯해 최고위원 경쟁에 뛰어든 문병호·이목희·전병언·정청래·유승희·오영식 후보, 제주도당원 등과 함께 제주4·3 평화공원을 참배한 후 제주도당에서 열린 단배식에 나란히 참석, 제주당원 합동 간담회 등을 갖고 지지를 호소했다.
겉으로는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당의 혁신을 강조했지만 단배식에 참석한 ‘빅2’는 ‘당권·대권 분리론’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박지원 후보였다. 박 후보는 “어떤 이는 당권이 끝나고 대선후보를 함께 해도 된다고 하지만 이는 지난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선 당권과 대권은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대권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힐러리 전 미국국무장관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며 “저는 더 이상의 욕심이 없다. 오직 정권교체만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도 하고, 당대표도 하려는 건 ‘꿩 먹고 알 먹고’ 하겠다는 속셈 아니냐”며 문재인 후보를 비판했다.
박 후보는 “만약 지난선거에서 승리했더라면 지금쯤 많은 제주감귤이 북으로 보내져 경직된 남북관계를 풀어줬을 것”이라며 “포화에 이른 제주공항 문제와, 중국 자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후보를 뽑는 자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후보는 “그동안 받은 특별한 사랑을 보답하기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당권은 다른 분에게 맡기고,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당의 절박함이 출마를 결심하게 만들었다”면서 “어쩌면 이번 출마가 독배를 마시는 것일 수 있지만 당이 살아야 다음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그러면서 “‘갑(오년)’의 해가 가고 ‘을(미년)’의 해가 왔다. 이 땅의 모든 ‘을’들이 기를 펴고 사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면서 “참여정부에서 4·3의 국가적 책임을 인정했지만 이후 정권에서 또 다시 4·3이 모욕당하고, 핍박받고 있다. 반드시 재집권해 제주4·3과 특별자치도 문제를 확실히 마무리하겠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제주에서 우리당의 변화와 혁신이 출발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당을 ‘당원·좋은 정책·국민지지’가 많은 ‘삼다(三多)정당’을 만들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빅2’를 제외한 박주선·이인영·조경태 후보는 이날 단배식에 참석하는 대신 자신의 전략지역에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한편 이날 제주도당은 박근혜 정권의 폭압통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에게 신뢰받고, 민생을 살리는 진정한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제주도당이 선도적 역할을 다 할 것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