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 중 여덟 번째 동물…‘길몽’의 상징
십이지 중 여덟 번째 동물…‘길몽’의 상징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4.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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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하고 평화로운 동물의 상징<양띠 이야기>

높은 고산지대 살면서 깨끗한 풀만 먹어 ‘염소’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
이성계 양 잡으려는데 뿔·꼬리 떨어진 꿈 꿔…무학대사 “임금 된다” 풀이
“양도 무릎 꿇고 어미의 은혜를 안다” 덕을 모르는 사람 꾸짓을 때 인용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남남서 지키는 방위신

2015년 을미년(乙未年) 해가 밝았다. 올해의 주인공은 순하고 평화로운 동물 중 하나인 ‘양’이다.

‘양’은 십이지(十二支)의 여덟 번째 동물로, 방향으로는 남남서를 지키는 방위신이고, 시간으로는 오후 1시에서 오후 3시, 달로는 6월에 해당한다.

높은 고산지대에 살며 깨끗한 풀만 먹는다는 양. 양은 12지에서 염소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사람이 양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약 1만 년 전으로 알려졌다.

■양의 형상 고대 무덤 장식서 사용

양은 유목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동물이지만, 농경민족인 우리 민족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선조들은 양을 염소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석암리 낙랑 고분에서 출토된 양 모양의 패옥(佩玉)과 청동제 꽂이장식, 법천리 백제 무덤에서 발굴된 양 모양 청자, 수락암동 고려 고분의 양 벽화 등 무덤 장식에서는 양의 형상이 적잖게 나타난다.

하지만 양과 염소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양은 면양(綿羊), 염소는 산양(山羊)으로 분류된다. 양의 털은 부드럽고 곱슬 거리며 뿔이 없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염소의 털은 거칠고, 대부분 뿔이 있다. 차이점은 또 있다. 양은 피부가 부드럽고 지방이 많지만, 염소는 피부가 거칠고 지방이 거의 없다.

■양의 꿈은 길몽으로 해석

양이 꿈에 나오면 길몽(吉夢)으로 해석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조선 1대 왕인 태조 이성계(1335~1408)의 꿈과 관련된다.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양을 잡아먹으려는데 갑자기 뿔과 꼬리가 몽땅 떨어지는 꿈을 꿨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를 들은 무학 대사는 이성계에게 “양의 뿔과 꼬리가 떨어지면 ‘왕’자가 남게 되니, 임금이 된다”고 풀이했다. 양 꿈을 꾼 뒤, 몇 년이 지나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했다고 한다.

■습성 때문에 효·평화 의미로도 통해

옛 이야기와 속담을 보면 양은 유순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아무리 못된 시어미도 양띠 해 딸을 낳은 며느리는 구박하지 않는다”고 했단다. 양은 무릎을 꿇고 젖을 먹는 습성 때문에 효의 상징으로도 통하기도 한다. 부모의 은혜와 덕을 모르는 이를 꾸짖을 때 “양도 무릎을 꿇고 어미의 은혜를 안다”고 말한다.

양의 쓰임새는 섬유산업에서 두드러진다. 가볍고 보온성이 높은 양모로 짜인 모직은 옷감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꼽힌다. 양의 가죽은 지갑, 벨트, 장갑, 외투 등의 피혁제품으로 가공돼 쓰이기도 한다.

양은 곧 ‘평화’를 연상하듯, 성격이 순박하고 온화해 좀처럼 싸우는 일이 없다고 한다. 양은 무리를 지어 군집생활을 하면서도 우위다툼이나, 암컷을 독차지하려는 욕심도 갖지 않는다. 또한 자연의 순리에 응하며, 주어진 환경에 조화롭게 적응했다. 순박하고 온화한 양의 모습은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은혜를 알고 참을성 있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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