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도의회가 새해 예산안을 놓고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도는 지난 26일 오후 제주그랜드호텔에서 지역원로 30여명을 초청, ‘2014송년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지역원로 송년간담회’는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는 의미도 있겠지만 특히 올해의 경우는 예산안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하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송년회에 초청 받은 인사들 모두가 전-현직 도지사, 도의회의장, 교육감, 대학교 총장 등이므로 그러한 기대는 당연한 것이다.
우선 원희룡 지사는 이 자리에서 “원로들을 한자리에 모시니 더욱 숙연해진다”면서 “제주도정과 의정, 제주교육을 이끌어 온 선배들의 경륜과 지혜를 전수받아 오늘의 상황과 미래 과제에 접목 시키겠다”고 했다.
구성지 도의회 의장도 “올해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해였다”면서 “집행부와의 갈등은 발전을 위한 진통이였다”고 전제, “앞으로 의정을 수행해 나가면서 도정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원칙과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원희룡 지사와 구성지 의장의 송년회 발언 자체만을 놓고 보면 이틀 남은 기간 동안 실낱같은 희망이기는 하지만 극적 타결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도 않은 듯하다.
여기에 참석 원로들의 충고까지 더해졌다. 한 전직 도의회 의장은 택시기사의 말을 인용, “도와 도의회가 싸움질만 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싸우지 말라”고 충고 겸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 대학 총장도 마찬가지였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제주도와 도의회의 싸움에 도민들 등이 터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들의 충고는 비단 송년모임에 참석했던 원로들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모든 도민의 생각일 터이고, 혹 도와 도의회도 속으로는 공감할 것이다.
이제 도와 도의회에 필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몇 걸음씩 양보하는 일이다.
제주도내 원로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계속한다면 원로에 대한 배신일 뿐만 아니라 도민을 크게 우롱하는 처사다. 만에 하나 ‘준예산’으로 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집행부의 신용 실추는 물론, ‘도의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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