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준예산 사태시 도의회 책임져야”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간 신경전이 이어지며 사상 초유의 ‘준 예산’ 사태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의 원인은 ‘도의원(재량) 사업비’ 증액 과정에서 촉발됐다는 지적이다.
▲암묵적 인정이 잘못된 관행 키워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의원 재량사업비’라는 항목은 없지만 지방의회의 정치적 요구에 의해 집행부가 암묵적으로 인정해왔던 부분이다.
제주도의회의 경우 2012년 감사원 지적에 따라 ‘재량사업비’라는 명칭이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구성지 도의회 의장의 입을 통해 ‘의원 사업비’라는 이름으로 최근까지 도의원 1인당 3억3000만원의 예산이 배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성지 의장은 지난 24일 제32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9월 원 지사와 공약사업비 10억원은 합의 했다. 이 예산은 이걸로 끝난 것”이라며 “이후 예산 심의 때 마다 반복되는 증액 관행을 없애기 위해 기존 3억3000만원의 의원사업비를 10억으로 증액하려 했지만 조정에 실패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10억+10억=20억원 요구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얻어 당선된 선출직인 만큼 자신들의 약속인 ‘공약’ 실천을 위한 사업비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한 것이 바로 공약사업비와 의원사업비라는 것이다.
제주도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도 의원들은 “의원들의 사업도 지역주민들로부터 건의 받은 숙원사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의원 개개인이 쓰고 싶을 때 꺼내 쓰는 ‘쌈짓돈’처럼 비쳐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원들이 말하는 공약사업비와 의원사업비의 성격과 규모에 대한 부분은 논란이 되고 있다.
▲갈등 급식비 예산 16억원 무색
최근의 상황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구 의장은 “재량사업비 20억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도민들이 바라보기에 공약사업비 10억원과 이와 별개의 의원사업비 10억원이라는 것은 ‘10억원+10억원=20억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급식비’ 지원 중 ‘급식보조원 인건비 16억원’ 때문에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얻어 농어촌진흥기금 대신 1차 산업에 지원하려고 하는 금액도 30억원이어서 도의원들의 (재량)사업비 규모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모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량사업비는 다른 예산 항목과 달리 편성 과정에서 충분한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고 심의때도 구체적인 사업 내용 없이 처리되는 일명 ‘지방의회 쌈짓돈’”이라며 “집행부 견제와 감시라는 도의회 본연의 역할을 왜곡하고 약화시킬 개연성이 다분한 사업비”라고 지적했다.[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