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전략 가운데 곧잘 들리는 게 ‘집중과 선택’이다. 한정된 재원이나 인력을 분산 투자했다가 아까운 역량만 허비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더 투자하자는 이야기다.
그동안 제주도에선 지역의 강점인 1차산업과 관광과 서비스를 주축으로 하는 3차산업에 지속적인 투자는 이루어왔다.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만큼 제주의 산업 기반은 1차산업과 3차산업에 대한 편중도가 높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조업과 지식산업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그래서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고 있다. 농수축산물을 가지고 가공식품이나 화장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에 투자하는 사업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은 지역산업 발전을 위해 고무적인 일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제조분야, 즉 지식산업기반의 서비스 제조에 대한 인식의 제고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제주의 우수한 인재를 활용한 지식 제조 산업인 지식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는 제주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차 산업이나 3차 산업만으로는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제주에서 할 일이 많지 않다. ICT(정보통신기술)산업은 이들 인재들을 수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차 산업과 달리 물류비도 들지 않고 오로지 기획력과 기술력만 가지고도 승부를 볼 수 있는 분야다.
현재 제주에서 ICT산업을 육성하기에는 지역 내 자본력 및 제조업체 기반이 취약한 게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ICT연구개발 현황과 ICT산업의 혁신주체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 미흡 및 지역경제규모의 영세성 및 ICT관련 기업의 영세성 등도 약점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가능성이다. 무엇보다 제주는 자유로운 사고와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청정환경을 가지고 있다. 풍부한 유무형의 문화예술원형을 보유해 디지털문화콘텐츠 개발에 적지이기도 하다. 전파청정지역 및 고립된 환경으로 다양한 ICT기술의 테스트 베드로 적합하고 첨단 지식산업분야에의 연계 및 복합 가능성 보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들이 있다.
척박하기만 했던 인프라도 10년 사이에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정부의 다양한 테스트 베드 사업이 제주에서 이뤄지는가 하면 유수의 ICT관련 대기업들이 제주로 이전해오는 것도 반길 일이다. 제주도는 물론 제주테크노파크도 소프트웨어 산업과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 인프라를 다지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민선6기에 들면서 ICT를 키워야 한다는 데 모두들 공감을 한다. 하지만 어떻게 키울까에 대한 고민도 만만치 않다. 제주의 미래산업과도 연계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전기차와 충전인프라, 에너지분야 등 스마트그리드 관련 산업이 한창 움트려하고 있다. 이들 산업은 ICT를 제외해서는 생존이 불가능한 산업들이다.
그래서 ICT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을 키워야 한다. 융합과 연계를 통한 기업 스스로의 다양한 성장 노력과 함께 체계적인 행정 지원이 절실하다. 성장 가능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제주벤처펀드를 조성하고 열악한 기업들이 M&A를 통해 대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성장을 시작하려고 하는 제주ICT산업에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제주이전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도록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의 지원도 필요하다. 물론 기업의 노력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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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는 다른 산업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산업이다. 그래서 인정을 받지 못하곤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각 산업의 제 역할을 하도록 밑바탕을 조성해주는 산업이다. 그래서 믿고 더 투자를 해달라는 이야기다. 그래야 미래를 꿈꾸는 제주도도 또 다른 성장동력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