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특별법 및 조례에 근거, 정무부지사와 감사위원장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출범 후 8년여가 흐르는 동안 4개 시·군 폐지로 인한 행정시장의 지위가 인사권자에 의해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실제로 민선4기와 5기를 거치는 동안 ‘행정’ 서귀포시장은 7명이 평균 임기 13개월, 제주시장은 5명이 평균 19개월 재직에 그쳤다. 이처럼 행정시장의 잦은 교체로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못하거나 논공행상의 돌려막기 자리로 변질됐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주민에게 전가되고 있었다. 그래서 향후 행정시장을 임명함에 있어 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업무수행 능력 등을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난 6·4지방선거과정에서도 많이 제기됐다.
그래서 지난 7월 도의회는 행정시장 인사청문 실시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바 있다. 그 결과 공무원의 73.4%, 주민자치위원 74.2%, 도민 82.5% 등 압도적 찬성으로 임명 방식의 개선이 절실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여론 등을 반영, 민선6기 들어 인사청문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도지사가 임명했던 제주시장이 도민 여론에 의해 낙마한 이후 도와 의회는 양 행정시장과 지방공기업(개발공사·에너지공사·관광공사) 뿐만 아니라 출자·출연기관(발전연구원·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대해서도 인사청문을 실시하자고 합의, 현재 제도적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지만 실시하고 있다.
그간의 임명권자인 도지사는 도의회 인사청문 결과에 상관없이 무조건 임명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당초 협치에 의한 인사청문 실시 합의가 한낱 정치적 수사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과거의 임명방식이 ‘무늬만 공모’였다는 비판에서 이제는 ‘인사청문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다만, 인사청문을 고위 공직자 임명과정에서 도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검증을 통해 사전에 걸러내기 등 긍정적인 면은 확인됐다.
그래서 인사청문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과제가 적지 않다. 첫째가 ‘신상털기’로만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아직도 ‘측근 등용, 회전문 인사’이라는 부정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하다.
인사청문제도의 ‘선진국’인 미국의 사례가 좋은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임용 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FBI에 요청하여 검토할 뿐만 아니라, 예정자 지명에 앞서 의회와도 사전 협의를 거친다. 그러고 난 후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고 인사청문회를 개최해 적합성(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우리의 인사청문회와 유사한 것 같지만 상당히 철저한 사전 검증이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인선 과정에서부터 백악관 인사국, FBI 신원조회, IRS(국세청) 세무조사,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이 매뉴얼화된 시스템에서 총 233개 항목을 사전에 조사해 철저한 후보자 검증을 거친다. 이렇게 조사가 끝나더라도 후보자를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장, 의회 지도자, 각 정당 및 라인의 지도자들과 협의한다. 더 중요한 것은 거의 1년(350일)에 걸쳐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사전 검증시스템을 갖춘다면 ‘무늬만 공모’나 ‘신상 털기’라는 말이 나올 이유가 없다. 사전검증을 위해 검찰권이나 인사검증기구가 없다는 볼멘소리를 할 것만이 아니라, 응모자에게 검증항목을 체크할 수 있도록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도지사의 인사권이 도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리라는 인식을 한다면 인사청문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검증하고 투명사회를 지향하는 제주발전의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