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故 정수필씨 명의로 성금 1000만원 기탁
“평생 폐지와 폐품을 주워 번 돈을 제대로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간 아들을 생각하면서 기부를 했습니다.”
팔순을 넘겨 백발이 성성한 노모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고인이 된 아들의 이름으로 성금을 기부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자신도 생활 형편이 어렵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보통 사람들의 온정이 세밑 한파를 녹이고 있다.
임성희(85·제주시 일도2동)씨는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둔 지난 22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고승화)를 찾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써 달라며 아들의 이름으로 1000만원을 기탁했다.
그의 아들 고(故) 정수필씨는 지난달 7일 지병으로 6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폐지와 폐품을 주워 왔던 그였다.
어릴 때 뇌염을 앓아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된 고 정씨는 변변찮은 일자리 조차 구하지 못하자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폐지와 폐품을 줍기 시작했다.
어머니 임씨 또한 생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숙박 시설에서 청소를 하는 등 소일거리를 했다.
고 정씨는 폐지와 폐품을 팔아 번 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꼬박꼬박 저축했고, 임씨는 그런 아들이 모아 뒀던 소중한 1000만원을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것이다.
임씨는 “평생 폐지와 폐품을 주워 번 돈을 제대로 한 번 써보지도 못한 아들의 이름 석자를 영원히 남기고 싶어 기부를 하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살아 생전에 힘들게 일만 했던 아들이 하늘에서라도 이 소식을 듣고 기뻐했으면 좋겠다”며 “아들의 이름으로 기부한 성금이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중하게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승화 회장은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그 사랑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이웃에게 소중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