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같은 6개월이 지난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과 제10대 제주도의회가 출범한 첫 해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 그런 지난 여섯 달을 복기(復碁)해 볼 때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면 지나친 말일까.
제주사회가 그만큼 역동적이었다고 긍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급조된 아마추어 도정이 자초한 시행착오와 혼돈의 연속이라는 혹평도 있다. 모두 나름 일리 있는 평가다.
그런 가운데 가장 볼썽사나운 모습은 도와 도의회가 실속 없는 힘겨루기를 한다는 것이다. 체면이니 양식이니 하는 것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도민에 대한 예의는 물론 눈꼽만큼도 안 보인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교과서적인 모습을 기대하지는 말아야 할 모양이다.
여기서 ‘양시양비(兩是兩非)론’으로 물을 흐릴 생각은 없다. ‘양비’만 꼽아도 모자라다.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의 원 도정의 배짱 드라이브는 가관이다. 협치와 인사문제에선 더 그랬다. 원 도정의 공약 첫 번째가 ‘협치’다. 도정방침 첫 머리에도 ‘협치’가 자리잡고 있다.
아직도 개념과 실체가 모호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도 뜬구름 잡기식 ‘협치’에 꽂혀 난리다. 농민단체와 가진 간담회는 ‘협치농정’이란다. 그렇다면 ‘협치’는 이미 앞선 도정에서는 더 융성했다는 얘기다. 행사장 인사말마다. 문서의 첫 머리마다 협치를 올리면서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잖은가. ‘협치 피로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예서제서 나온지 오래다.
‘협치’ 구심체로 ‘협치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조례안까지 마련했다. 도의회에서는 제대로 심사도 받지 못한 채 퇴짜를 맞았다. ‘영원히 탄생해선 안 될 조례’라는 최악의 꼬리표를 다는 수모를 겪었다.
법적 근거인 조례도 없는 상태에서 협치준비위를 띄운 게 화근이다. 조례안을 제출하면 당연히 통과될 것이라는 자신감은 어디서 왔을까. 도의회를 거수기쯤으로 전락시켰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보던 의원들까지 등을 돌렸다.
실장의 직급문제로 출범 초 의회와 각을 세웠던 ‘협치정책실’은 결국 ‘정책보좌관실’로 슬그머니 간판을 바꿨다. 본질은 변함없다고 하겠지만 모양 빠진 노릇이다.
인사도 그렇다. 전문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는 ‘선거공신’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다. 그건 ‘퇴행’이자 도민에 대한 배신이다.
세간에서 회자되는 비선의혹도 지사는 부인했지만 이를 액면대로 믿는 도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줍잖은 양해를 구하면서 자신없는 인사를 하는 것 자체가 비선의혹을 인정하는 꼴이다. 도민들이 바라는 당당한 제주, 젊은 제주와는 거리가 있다.
도의회도 오십보 백보다. 요즘 최대 관심사인 ‘의원별 재량사업비 20억원 요구설’만 해도 그렇다. 의회에선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도의회 의장의 입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는 펄쩍 뛰고 있다,
이쯤되면 그냥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도민들에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집행부의 예산은 ‘선심성’으로 폄하하고, 자신들의 쪽지 예산은 ‘손톱 밑 가시뽑기’라고 했다. 견강부회(牽强附會)도 이 정도면 프로급이다.
앞서 몇 차례의 인사청문회를 본 도민들도 편치 않았다. 청문대상자의 자질 검증보다 신상 흠집내기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습 때문이다. 개인적인 실수나 흠결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하면 사소한 실수고 남이 하면 범법 음주운전’인 식이다. 청문회를 거친 인사들은 심리적인 공황(恐慌)을 겪는다고 한다. 경쟁적으로 들춰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청문회는 ‘인사적합도’를 가늠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갑(甲)질 청문회’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민을 하늘처럼 받들며 더 내려서고, 더 새로워지고, 더 나아가겠다’는 것이 10대 도의회의 다짐이다. 스스로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6개월, 도와 도의회의 성적은 몇 점일까. 도민들이 채점을 하겠지만 낙제 수준을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며칠 남지 않은 갑오년, 도민들은 도와 도의회의 갈무리를 눈여겨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