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예산정국을 강타한 ‘도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 20억원 요구설’의 진위(眞僞)가 윤곽을 드러냈다. 그것은 도의회 구성지 의장의 기자간담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구성지 의장은 “6·4 지방선거 직후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동료의원이 원희룡 지사에게 지역 공약사업에 필요하니 10억원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이어서 구성지 의장은 “그 후에도 관련 예산의 구체화를 위해 집행부의 고위층들과 접촉이 있었다”고도 했다.
당선 되자마자 지역구 챙기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만약 의원 1인당 1년 10억원이면 4년 임기동안 40억원이다.
하지만 집행부와 도의회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예산확보만을 고집하면서 대립각을 세웠고 도민들에게는 ‘떡 반 차지하기 싸움’으로 비쳐지고 말았다.
그리고 끝내 새해 제주도 예산안은 도의회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희룡 지사는 라디오 출연을 통해 ‘20억 요구설’을 터뜨렸고 도의회는 반격에 나섰다.
여기에서 직시(直視)해야 할 것은 원희룡 지사의 ‘20억 요구설’이 전적으로 ‘아니 땐 굴뚝의 연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록 20억원은 아니더라도 10억원을 요구한 것은 사실 아닌가.
만약 액수가 부풀려졌다면 원희룡 지사 역시 신중치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도의회가 원희룡 지사에게 “20억을 요구한 것이 누구냐, 이름을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나 “도의회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으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강경 입장을 취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수도 있다.
도의회가 시비를 걸고 있는 것과 달리 ‘20억 요구설’이 사실이라는 또 새로운 주장이 집행부 고위층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억원을 요구한 의원의 이름을 밝혀야 할 당사자는 지사가 아니라 도의회 의장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중요한 것은 ‘준예산’ 방지다.
양쪽 모두 잘못을 인정하고 속히 부결된 예산안의 ‘나쁜 예산’을 골라내 수정하고 연내 통과 시켜라.
지금 혈세를 부담한 도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누구든 사과를 하려거든 집행부나 의회가 아닌 도민에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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