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에 비치된 쇼핑카트가 이용객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시장 통로가 좁은 등 이용환경이 열악한 데다 전통시장 쇼핑품목이 단순해 필요성도 적기 때문이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입구(남수교 방면)에는 ‘쇼핑카트 보관소’가 있다. 22일 이곳에는 쇼핑카트 80여대가 비치돼 있었다.
제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마련한 쇼핑카트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그러나 쇼핑카트 이용객은 드문 실정이다. 기자가 찾은 이날 수 십명이 장을 보고 있었지만, 단 한사람도 쇼핑카트를 이용하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가져온 장바구니를 사용하거나,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장을 볼 뿐이었다.
상인들은 이에 대해 “전통시장에는 어울리지 않아서”, “쇼핑카트가 낡아서”, “이용하기 불편해서”라고 제각각 답변했다.
시장 이용객 박모(42·여) 씨는 “나물 몇 종류랑 고등어 한 마리 사러 왔는데 쇼핑카트는 필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쇼핑카트를 이용해봤다. 쇼핑카트를 이끌고 시장 내부로 진입하자 굉음이 들렸다. 올록볼록한 시장바닥과 쇼핑카트 바퀴가 심한 마찰음을 발생시킨 것이다.
비좁은 통로에 쇼핑카트를 끌고 가자 이용객들의 눈총을 샀다. 맞은편에서 오는 이용객이 쇼핑카트 때문에 몸을 비틀어서 움직이기도 했다.
특히 수산물 코너와 청과물 코너 사이를 잇는 골목은 비좁은 폭과 빗금처럼 패인 바닥 탓에 쇼핑카트를 끌고 진입이 불가능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개별 쇼핑이 주를 이루다 보니 쇼핑카트 이용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면서 “쇼핑카트 활성화 방안은 아직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렇듯 시장 이용객은 물론 행정당국의 무관심으로 재래시장 쇼핑카트는 녹슨 채 수 년간 방치되다시피 하는 실정이다.
한편 제주시는 2008년 재래시장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비 6000만원을 투입, 동문재래시장, 제주중앙지하상가,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서문공설시장, 한림민속오일시장 등 5곳에 쇼핑카트를 지원했다. [제주매일 윤승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