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 20억 요구설’이 연말 예산 정국을 강타했다. 이는 원희룡 지사가 지난 19일 KBS라디오에 출연, “예산안 편성 당시 제주도의회에서 도의원 1인당 20억원씩의 재량사업비를 요구했다”고 말함으로써 촉발됐다.
이에 대해 도의회 쪽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가 일방적인 주장을 중앙 언론에 떠들며 도의회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도지사가 유언비어를 퍼뜨려 도의원들을 욕되게 하고 있다. 20억 재량사업비를 요구한 의원이 누구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렇잖아도 지난 10월 이후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 편성과 심의를 둘러싸고 집행부와 도의회 간에는 각종 ‘설(說)’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집행부와 도의회가 새해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미리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는 ‘설(說)’이 파다했는가 하면, 구성지 의장의 ‘예산 협치 요구’에 대해서도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예산 협치 요구’는 집행부에 의해 거부됐고, 도의회는 3조8194억원의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408억원을 삭감, 이를 957개 항목에 312억원을 증액하는 한편 신규 369개 항목에 96억원을 편성해 버렸다. 의회의 집행부 예산편성권 침해시비가 나온 이유다.
이를 지켜보던 원희룡 지사는 도의회 심의 결과에 ‘부동의’ 뜻을 내비쳤고, 여기에 맞선 도의회 본회의는 ‘예산안 부결’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말았다.
이렇듯 경색된 ‘연말 예산 정국’을 더욱 얼어붙게 만든 것이 원희룡 지사의 이번 “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 20억원 요구” 발언이다. 원희룡 지사의 이 발언이 진정으로 진실을 말한 것인지, 아니면 도의회 쪽의 얘기대로 “일방적인 주장이요, 유언비어로서 도의회를 매도하고 의원들을 욕되게 한 것”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도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 20억원 요구설”의 진위(眞僞)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점이다. 도의회 쪽에서도 스스로 “20억 재량사업비를 요구한 의원이 누구냐”고 묻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이름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집행부도 당연히 그 이름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는 원희룡 지사는 유언비어나 퍼뜨리며 도의회를 모독하는 비도덕적 지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