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눈발이 휘날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외출을 강행했다. 찾은 곳은 소장품전을 하고 있던 제주도립미술관. 그동안 보고싶던 오윤의 목판화 작품을 감상하고 와서 그런지 오후의 시간들이 행복했다.
그런데 가슴 한 켠에 아쉬움도 남았다. 추운 날씨 탓도 있겠지만 제주에서 가장 훌륭한 기획전을 꾸준히 해오는 도립미술관인데 관람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득 일반인들은 1년에 몇 번이나 전시장을 찾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어떻게 감상하는 지도 궁금해졌다. 미술관·전시장을 찾는 목적은 제각각이다. 전시 내용 자체를 보러가는 미술계 관련 사람들, 학술적 연구가 목적인 사람, 상업적 목적에서 가는 사람 혹은 단순한 호기심에 찾는 사람까지 매우 다양하다.
감상(鑑賞)이란 예술작품을 깊이 음미하고 그 미적인 내용을 이해하며 즐기는 활동이다. 예술작품을 보고 느끼며 감동을 공유하는 활동 즉, 조형물의 미적, 실용적 가치를 판단하며 지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 이것이 개인적 정의다.
작가의 의도는 표현수단을 거쳐 작품으로 감상자에게 전달된다. 감상을 위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작가의 사상이나 미술사적 위치, 제작시기 등의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작가와는 관계없이 감상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느끼는 주관적 감정에도 의존한다. 즉 미술 감상은 ‘제2의 창작활동’으로, 객관적 지식과 주관적 감정이 적절히 잘 조화된 감상이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미술적 안목을 높이기 위해 수시로 다양한 작품 감상을 제안한다. 작품을 대할 때 전체적인 느낌을 먼저 얻고, 스스로 작품에 의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습관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감상은 단순히 즐기거나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감정과 지성의 종합적인 활동이다. 작품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느끼며 감성적 접근과 작품 속에 깃든 미적·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기 위한 지성적 접근이 어우러져 올바른 작품 감상과 비평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감상의 본질은 감동과 감명에 있으며 설명을 초월한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각 시대와 문화에 맞게 미술은 다양한 이미지들을 보고 해석하고 새롭게 읽어내는 방식을 개발함으로써 인간의 감성과 인식 능력을 발전시켜 왔다.
작품을 소장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선 미술관이나 전시장을 찾아가야 한다. 특히 그곳은 감상을 위해 조명·작품배치 등에 신경을 쓴 공간이어서 집중해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림을 자주 접하는 과정에서 의식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친밀감을 갖게 된다. 또 그것을 통해 작품 감상에 자신감도 생기기 때문에 미술을 이해하는 데는 전시장 관람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은 그저 전시되기 위해 그곳에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우리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제약된 공간에 눌려 제대로 작품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냥 지나쳐버려 작품을 이해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되겠다.
미술관은 작품설명을 해주는 도슨트(docent)들이 있다. 그들의 설명은 전시회 서문이나 한 권의 팸플릿보다 더 많은 이해의 폭을 넓히는 값진 경험이 되기고 한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관람하면서 특별한 느낌이나 생각이 들었던 작품은 디테일함까지 눈여겨보고 기억해두자.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나중에 문득 떠오르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함께 기록해 두면 결국 작품의 여러 측면을 건드리는 것이 된다. 이렇게 몇 차례 반복하다보면 자기 나름대로 작품 감상 방식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
“미술관에서 애들과 함께 놀아보자!” 이런 즐거움을 계획해 올 겨울방학에 미술관 나들이를 계획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전시작품들을 통해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뿐만 아니라 그러한 체험을 통해 다른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배우는 기회와 보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