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예산 도민들도 궁금하다. 공개하라
증액예산 도민들도 궁금하다. 공개하라
  • 제주매일
  • 승인 201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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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예산안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입장이 모호해졌다.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자의적인 증액 수용 불가라는 원칙론이 흔들리는 모습이어서 우려를 더한다.

도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를 열고 제주도가 제출한 3조8194억원 규모의 2015년도 예산안 수정가결안을 반대 36명·기권 1명으로 부결시켰다. 이날 수정안은 도의회가 해당 상임위와 예결위 심의를 하며 도가 제출한 예산안 가운데 국비8건 49억원 등 408억300만원을 삭감하고 다시 그 만큼 ‘맘대로’ 증액 또는 비목을 신설하며 배정한 것이었다.

특히 도의회는 이 과정에서 180건의 사업을 1325건으로 잘게 쪼갰다. 이 정도면 예산안을 ‘난도질’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자신들 맘대로 주물럭거렸음에도 불구, 예산안을 부결시킨 것은 증액에 따른 집행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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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의 입장은 일관됐었다. 자치단체장의 동의 없는 증액과 비용항목 신설을 금지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제127조3항 준수 등 원칙을 강조했다. 집행부는 예산안을 제출하며 예산 삭감은 당연히 수용하되 증액과 비목 신설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도의회는 180건의 사업을 1325건로 쪼개는 ‘수법’을 동원하며 408억원을 자의적으로 증액해 버렸다. 상임위와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도지사를 대리한 도 공무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예산편성권 침해 등 월권을 넘어 위법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집행부는 수정예산안 본회의 상정 이전에 ‘합의’ 차원에서 신규 및 증액한 예산안에 대한 산출근거를 담은 설명서를 달라고 했다. 예산안 부결, 그리고 최악인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막기 위한 차선책이었다. 그래도 도의회는 설명서를 주지 않고 일방 표결에 부쳐 부결시켰다.

그런데 집행부에서 “타당성 여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어렵다면 구두설명도 좋다”고 크게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여 우리를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제주도 모 관계자가 지난 19일 “상임위 회의에 참석, 구두설명이라도 들어야 의회 조정 예산의 편성 기준 위배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다. 준예산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긴 하나 그동안의 ‘원칙’에서 후퇴한 처사로 확실한 ‘꼬리 내리기’임을 비판한다. 이제 와서 어물쩍 다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어가선 안될 일이다. 그럴 거면 애초에 시끄럽게 부딪히지 말고 앞선 도정들처럼 짬짜미하듯 예산안을 처리했어야 했다. 달라지는 것도 없이 집행부와 의회가 부딪히며 연말 도민들만 심란하고 제주도만 시끄럽게 만들었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은 안된다. 언젠가는 반드시 세워야할 원칙이다. 한해라도 빨리 세우는 게 맑은 제주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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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325건으로 증액된 408억원의 내용 공개를 촉구한다. 세금을 집행하는 일인 만큼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아야겠다. 집행부의 동의 또는 부동의 입장을 떠나 도민들도 408억원이 어디에 어떻게 편성됐는지 자못 궁금하다.

도의회가 설명서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집행부는 증액·신설 내용만이라도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집행부와 의회의 입장이 팽팽하니 만큼 ‘예산안 사태’에 대해 도민들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증액 예산에 포함된 ‘00합창단 지원’ ‘00공동주택 개선’ ‘00동 우수단체 행사 지원’ ‘00노인회 역사문화체험 지원’ 등의 사업들이 도의회의 주장처럼 도민들의 ‘손톱 밑 가시’를 위한 증액인지 물어보면 될 일이다.

그래서 ‘손톱 밑 가시 증액’의 도의회와 ‘불법 증액 불가’라는 집행부 가운데 어느 쪽에 여론이 몰리는 지를 판단해 결정하면 된다. 단체장이나 도의회나 대의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나, 그 속에서 결론이 어렵다면 전체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예산, 세금, 흔히 하는 말로 혈세는 의원들의 쌈짓돈이 아님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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