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매도한다" 발끈하나 '없었던 일은 아닌듯'

‘도의원 1인당 20억원 재량사업비 요구설’이 연말 예산 정국에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구성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장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20억 요구설’은 양 기관 간 ‘진실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20억 재량사업비’ 논란은 원 지사가 지난 19일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 예산안 부결당시 본회의장 상황을 설명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원 지사는 이날 “예산안 편성 당시 도의회에서 의원 1인당 20억원의 재량사업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 직후 도의원들은 “원 지사가 ‘유언비어’를 퍼뜨려 도의원들을 매도하고 있다”며 20억원 요구설’은 사실이 아니고, 이를 요구한 의원이 누구인지를 공개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날 김경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구좌·우도면)은 “원 지사가 일방적인 주장을 중앙언론에 떠들며 제주도의회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희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일도2동 을)도 “원 지사가 ‘유언비어’를 퍼뜨려 도의원들을 욕되게 하고 있다”며 “20억 재량사업비를 요구한 의원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제주도와 도의회 모두 예산안 연내 타결 쪽으로 의견을 모은 상황에서 ‘20억 요구’ 발언은 원 지사가 비공식 회담에서 나온 재량사업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예산안 처리에서 도의회를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협상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지난 10월 구 의장의 ‘예산의 협치 시대를 열자’는 기자회견에 앞서 집행부와 도의회 간 2015년 예산안 문제(재량사업비 포함)에 대한 물밑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집행부가 제시한 현안사업비 10억원과 의원재량사업비 5억원을 도의회가 현안사업비 5억원·의원재량사업비 10억원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원 지사의 이른바 ‘의원 1인당 20억 요구’ 발언은 터무니없는 유어비어가 아니라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누가 얼마의 재량사업비 얘기를 꺼냈는지에 대해선 양측 모두 함구하고 있어 ‘20억 요구설’은 이제 집행부와 도의회 간 ‘진실공방’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구 의장도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서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 의장은 지난 20일 KBS 방송 대담에 출연, ‘20억 원을 요구한 도의원의 이름을 밝힐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런 질문은 필요치 않다. 실체적 이름은 없는 것”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따라 ‘들은 사람은 있는데, 말 한 사람이 없는’ 이른바 ‘20억 요구설’에 대한 진실 요구에 제주도와 도의회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 도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