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의 근로 환경으로 인해 아이가 선천성 질병을 갖고 태어났다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태아의 질병을 어머니 근로자의 산재로 인정한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19일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들 중 2009년에 임신해 2010년에 출산한 사람은 원고들을 포함해 모두 15명이었다.
이 가운데 6명만 정상적인 아이를 출산했고, 다른 5명은 유산을 했으며, 4명의 아이들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이에 간호사 4명은 아이들이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난 이유가 임신초기에 산모와 태아의 건강해 유해한 요소에 노출됐기 때문이라며 2차례 요양급여를 청구했으나 기각·반려 처분되자 지난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상덕 판사는 “원고들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은 임신 초기의 태아의 건강손상에 기인한 것이고, 그러한 태아의 건강손상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신 중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므로, 임신 중 업무에 기인해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상 임신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출산 전․후를 불문하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요양급여를 제한 없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2010년 제주의료원 간호사집단의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율은 우리나라 일반인구의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율의 12.7~14.6배에 달한다는 점을 추단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로 제시했다.
또, 간호사 인력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노동 강도가 높았고 간호사들이 통상적으로 경험하는 직무상 스트레스 외에도 제주의료원의 경영위기에서 비롯된 노동강도의 증가, 임금체불, 고용불안정 때문에 특별한 직무상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주야간 교대근무에 따른 취침시간의 불규칙, 수면부족, 생활리듬 및 생체리듬의 혼란, 보장되지 않은 휴식시간, 약품 분쇄작업을 수행하면서 보호장구도 없이 유해환경에 노출된 점 등도 원인으로 봤다. [제주매일 진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