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동의 사태 ‘그들만의 쩐의 전쟁’
예산 부동의 사태 ‘그들만의 쩐의 전쟁’
  • 제주매일
  • 승인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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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주민자치연대 집행위원장 강호진

뜬금없이 ‘준예산’이 거론된다. ‘협박용’이든 ‘여론호도용’이든 준예산이란 단어가 회자되는 것 자체가 예산정책의 큰 실패다. ‘협치’는 오간데 없고 그 자리에 갈등과 파국이라는 단어들만 난무하고 있다. 발단은 제주도의회는 지난 15일 제주도가 제출한 3조8194억원 규모의 2015년도 예산안 수정가결안을 반대 36명·기권 1명으로 부결시키면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전쟁 국면’도 아닌데 2015년 전체 예산의 1% 남짓한 408억원의 때문에 이같은 사태가 빚어진 것은 납세자로서, 유권자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원희룡 도정이 편성한 예산안에 대해 도의회의 부결사태가 발생하면서 빚어진 그들만의 ‘쩐의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양비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비론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예산의 근간은 도민들의 하루 하루 지친 노동을 통해 이뤄진 세금이다. ‘협치’가 ‘제1콘셉트’인 원희룡 도정의 2015년 예산안은 예산편성독점권을 맘껏 누린 것에 불과하다. 날을 세운 시민단체의 시각으로는 기대했던 신선함도 혁신적이지도 않았다. 김태환·우근민 도정의 낡은 과거를 답습한 수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엄청난 분량의 예산서를 탐독해봤지 예산소외분야였던 문화예산 3% 공약이행 이외에는 만 달라진 내용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지방정부의 2배 비율에 달하는 민간이전경비 7800억원, 여전한 소위 유령예산인 ‘풀사업비’ 편성,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는 용역사업비 200% 증가, 수요는 늘어나는데 오히려 줄어든 사회복지예산, 한·중 FTA 체결로 오히려 증가해야 될 1차 산업 예산 감소, 공기업 대행 사업비 급증 등 비판거리는 부지기수다.

특히 전국적으로 모범이자 자랑이었던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학교급식예산도 위기를 맞았다. ‘미주알 고주알’ 변명거리야 있겠지만 학교급식비 부담률 제주도청 50%, 도교육청 50%라는 기존 원칙이 무너졌다. 서울시장 후보시절 호기롭게 당론에 반기를 들면서까지 무상급식을 외쳤던 도지사로서는 참담한 예산편성이다. 

임기 내내 시민사회단체와 갈등의 대척점에 섰던 우근민 도지사 시절에도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밥은 잘 먹여야 한다”고 했다. 학교급식 종사원들의 인건비는 앞으로는 교육청이 알아서 하라는 취지겠지만 학교급식을 로봇이 대신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의회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과거에 비해 ‘선진지 견학류’의 신규 항목 설치는 확실히 눈에 띄게 줄었다. 도지사와 같이 선출직 의원으로서 지역구를 챙겨야 하는 심정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주민들을 위하고 필요한 사업에 적재적소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원희룡 도정의 제출한 예산안을 ‘도민의 눈’으로 제대로 삭감해야 할 예산을 정확하게 날을 세웠는 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무엇보다 여전한 계수조정 과정의 ‘비밀주의’로 인해 투명하고 공개적인 의회상 구현에는 실패했다.

집행부가 각종 법령을 내밀면서 주장하는 국회 수준의 예산심사 기법에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계수조정 결과는 선뜻 동의하기는 힘들다. 의회 심사과정에서 206건을 삭감하고 대신 1320건이 새롭게 탄생한 것에 대해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비론’적인 해법을 찾아보자. ‘협치’를 내세운 원희룡 도정과 도민을 위해 ‘더 내려 놓겠다’던 의회의 다짐을 서로 실천하면 된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밤샘 비밀협상을 하던 도지사, 의회의장이 직접 만나서 밤샘토론을 하든 ‘준예산’ 같은 도민 엄포용 언사 대신 ‘공동합의문’을 발표해 주길 바란다.

차제에 예산제도에 대한 혁신방안도 함께 머리를 맞대주길 희망한다. 그러나 ‘준예산’이 현실화된다면 원희룡 도정은 더 이상 ‘협치’란 단어를 내뱉지 말아야 한다. 도의회 역시 ‘도민을 하늘처럼 떠받들며’라는 현판을 떼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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