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우리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 제주매일
  • 승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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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 고현수

제주에는 대중교통수단 가운데 10대의 저상버스가 있다. 슬로프가 설치된 버스로 휠체어장애인이나 어르신·임산부·아동을 포함해 시민 모두 승하차가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이웃나라인 일본 도쿄의 경우 대중교통수단 모두가 저상버스다. 심지어는 마을순환버스와 같은 중소형버스도 저상버스다. 시내버스 177대 중 저상버스 10대에 불과한 제주의 현실은 도쿄와 격차가 너무 커서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도쿄를 찾는 이들에게 편리한 교통수단이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보편적 설계라고 일컫는 ‘유니버설 디자인’. 도민들에게는 근래에 회자되고 있는 디자인개념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건축물, 교통시설물,공산품 등을 설계할 때 다양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쾌적하며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토록 설계하는 개념을 말한다.

건축물에 접근 약자를 위해 계단과 턱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고 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장애인뿐만 아니라 여성과 유아를 고려해 화장실을 입체적으로 디자인 하는 것들이 좋은 사례다.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을 정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위해 그들의 언어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가위 제품을 설계하는 것 등 일상생활에서 설계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하다.

애초부터 다양한 구성원을 고려해 설계하기에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경제적 효과도 크다. 대표적 교통수단으로써 유니버설 디자인의 예가 대중교통수단인 저상버스인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특정계층의 불편을 초래하거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인간주의에서 출발한다. 제주사회에 유니버설 디자인은 왜 필요한가. 인간적인 디자인일 뿐만 아니라 도시경쟁력을 높인 결과 부를 창출하는 사회적 자본이기 때문에 그렇다.

제주는 사람과 자본·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와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있을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휠체어를 탄 부모를 모시고  관광 겸 휴양차 온 아들 며느리와 자식과 손자들이 있다. 며느리에게는  갓난아기가 있어 유모차까지 끌어야 한다. 공항을 나서는 순간 이런 상황의 방문객을 만족하게 하는 교통수단이나 건축물이 얼마나 될까.

주변을 살펴보자. 불편한 차량은 물론이고 턱과 계단, 젖먹이와 여성 그리고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화장실, 비좁은 통로의 호텔 등 접근을 가로막는 무수한 장벽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단체에는 ‘관광약자 접근성 안내센터’가 있다. 차량 렌탈과  숙박, 식당 이용과 관련된 문의가 대부분인데 그들의 욕구에 맞는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제주의 시설인프라는 매우 빈약하다.

한 해 1000만명이 넘는 내·외국인들이 관광과 휴양 차 제주를 찾고 있다고 하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동·접근약자 계층에게는 체류하기에 문제가 많은 제주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경우 이동·접근약자계층이 관광휴양시장에서 충분한 수요층이라고 판단해서 이들을 고려해 관광 휴양지·도로·건축물과 교통수단을 최대한 유니버설디자인으로 변화시킨 결과 수조원의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이동·접근약자들은 관광과 휴양체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재방문율이 높다. 그리고 활동을 도와줄 이들이 동행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도시와 관광·휴양경쟁력을 높이면 채산성이 있는 것이다.

제주사회를 유니버설디자인으로 재설계하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덧붙여 유니버설디자인은 개발논리를 뒷받침하는 디자인이 아니다. 본디 인간성 회복의 디자인이기에 지키고 보전돼야 할 가치가 큰 생태환경, 문화유산 공간은 유니버설디자인의 예외이며 보편적 가치에 동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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