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화재 지구를 덮쳤다고 한다. 항몽 유적지인 항파두리 등 제주시 11개 문화재지구에서 작년과 올해 2년 동안 1920그루의 소나무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다. 문화재지구가 이러한데 일반 산과 들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제주도는 재선충이 극성을 부리던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완전 방제를 위해 고사목 54만5000그루를 제거했다. 혈세 447억원과 인력 11만명도 투입됐다.
그럼에도 완전 방제는커녕 올해도 재선충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산 남-북 어디랄 것도 없이 산야는 죽어가는 소나무 고사목들로 황갈색으로 물들고 있다.
하지만 웬 일인지 2차 방제를 시작한 올해 10월 이후 몇 그루의 고사목이 제거됐는지 공식 발표가 없다. 반면에 눈에 보이는 고사목은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도민들은 당국이 고사목 제거를 하는지 마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당국은 고사목 제거에 고생이 많겠지만 도민들은 그것을 체감할 수가 없다. “재선충에 손을 들었는가”라는 물음이 그래서 나온다. 이 물음에 답하려거든 지난 10월 이후 제거된 고사목 숫자라도 공식 발표해 주었으면 한다.
제주도는 2019년까지 방제를 끝내고 2020년에는 청정 지역임을 선포한다고 했는데 그때 가서는 인위적 방제에서가 아니라 재선충에 의해 소나무가 전멸돼 자연적으로 청정지역이 될지도 모른다. 정말 재선충에 손을 놓아버린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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