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충돌…연말 정국 '격랑 속으로'
예견된 충돌…연말 정국 '격랑 속으로'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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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매우 유감"…具 의장 폐회사서 타협여지 남겨
▲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좌남수)의 내년도 예산안 계수조정 모습. 박민호 기자

민선 6기 제주도저의 첫 예산안이 ‘부결’처리되면서 연말 지방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해 예산안이 부결된 것은 2010년과 2011년 이후 세 번째다.

제주특별자치의회는 15일 본회의를 열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좌남수)가 수정 가결한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했지만 제주도가 사실상 ‘부동의’ 의견을 내비치면서 최종 ‘부결’ 처리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예결위는 4일간의 ‘마라톤 계수조정’을 통해 제주도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3조8194억원 중 264개 항목 408억원을 삭감했다. 삭감 예산은 957개 항목(312억원)을 증액하고, 369개 항목(96억원)을 신규 편성하는데 사용됐다.

이날 본회의에 출석한 원희룡 지사는 “증액(신규) 예산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부동의’ 의견을 피력, 이날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 처리됐다.
지난 10월 구성지 의장의 이른바 ‘예산의 협치 시대를 열자’는 제안을 집행부가 거부하면서 예산 갈등이 시작됐다.

예산편성에 앞서 도의회와 ‘협의(치)’를 해 달라는 소박한(?) 제안을 집행부가 “예산 편성권은 집행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단칼에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재량사업비 부활’ 논란이 일면서 도의회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결국 새해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구성지 의장은 지난달 17일 제324회 정례회 개회사에서 “새해 예산을 꼼꼼히 살펴 (공직사회)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관행의 적폐를 근본적으로 들어내 예산심의의 개력 원년을 삼겠다”고 경고하면서 두 기관간 갈등은 극에 달한다.

지난 2주간의 상임위원회별 예산심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른바 ‘협치’관련 예산은 모두 잘려나갔고, ‘협치준비위원회’가 관여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 예산 역시 상당수 삭감됐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는 “신규 또는 증액 편성된 예산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하겠다”며 도의회를 압박했다.

이날 본회의 직후 박영부 제주도기획조정실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안이 부결된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구성지 의장은 이날 폐회사를 통해 “배가 뒤집힐 것 같은 거대한 격랑을 슬기롭게 정제해 나갈 때 비로소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격랑을 만들어 낸 도정·의정은 성공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타협의 여지를 밝힌 만큼,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도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부결됨에 따라 제주도는 원점에서 예산안을 재편성해 다시 의회에 제출해야 하고, 도의회 역시 원점에서 재심의를 해야 한다.

다음 임시회 회기가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새해예산안을 다루기에는 물리적으로 희박한 상황이다. 때문에 예산안 심의를 위한 ‘원포인트 임시회’가 개최되지 않을 경우 자칫 사상 처음으로 내년 예산안이 ‘준예산’ 체제로 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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