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도지사가 ‘허언(虛言)’ 논란 위기다. 원 지사가 지난달 13일 해군관사 사업 철회 요구서를 제출한 강정마을회를 만난 자리에서 “관사를 해군이 포기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밝혔으나 해군이 강경 입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약속’은 원 지사가 제안한 ‘마을회 중심 해군기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의 전제조건이어서 강정문제가 다시 충돌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강정마을회는 10월25일부터 ‘주민 동의 없는 군 관사 중단’을 요구하며 공사 현장 인근에서 투쟁을 벌여왔다.
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단은 지난 11일 강정마을회에 “해군아파트 공사 현장에 불법으로 설치된 천막과 차량 등을 16일까지 자진철거 해달라”는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발송했다. 사업단은 이행 않으면 해군 또는 제3자가 이전하고 제반비용의 강제 징수 등 불이익이 수반될 수 있음도 ‘경고’했다.
마을이 즉각 반발했다. 강정마을회는 성명서를 내고 “서귀포시청이 행정대집행에 협조하지 않자 해군이 강경 돌파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외압에 굴하지 않고 천막을 끝까지 사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원 지사 약속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결국 원 지사가 적극 나서야할 것 같다. 지사의 약속이 허언이 되는 사태가 발생해선 안된다. 서귀포시 등 행정도 도정의 최고 책임자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해군이 ‘실력’으로 나선다면 행정도 인허가권 등 ‘실력’으로 맞설 필요도 있다. 행정의 최대의 덕목은 주민을 위하는 일임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해군도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강정주민으로 살아야할 사람들이다. 남의 터에 들어가며 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 한 마을에서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역지사지 마음으로 강정주민들을 헤아리며 일을 추진할 것을 해군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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