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범죄 색출·법 조항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법원이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영업자에게 수십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벌금을 내지 않았을 때의 하루 노역 대가를 500만원으로 책정해 ‘부자 노역’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김양호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모(39)씨에 징역 4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법원은 만약 고씨가 벌금을 내지 않으면 일당을 500만원으로 환산해 600일간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고씨가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한다면 벌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600일간 노역만으로 30억원의 벌금을 면제받는 것이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올해 초 불거진 이른바 ‘황제 노역’ 논란으로 지난 5월 개정된 형법 제70조 노역장 유치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은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 300일 이상으로,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인 경우 1000일 이상의 유치 기간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악용한 계획적인 범죄를 어떻게 색출하느냐는 지적과 함께 법 조항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고씨는 2011년 3월 17일 수협 중도매인 A씨에게 지정증을 빌려주면 수수료를 주겠다고 속여 수산물 거래를 한 뒤 1억2242만원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대신 채무를 지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씨는 또 2011년 1월부터 2012년 12월31일까지 거래처 128곳에서 134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조세징수 질서를 어지럽힌 데다 피해자들에게 적지 않은 재산상 피해를 입히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의 자력이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벌금형에 대한 노역장 유치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