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락가 오름세지만 출하 감소 영향…비상품 여전
3·5kg 소포장 늘어…"극조생 부정 이미지 털어야"
元지사 "내년 감귤실명제 도입 등 신뢰회복 노력"
“아직도 시장 분위기는 좋은 편이 아닙니다. 요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출하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 품질이 가격 상승폭만큼 좋아졌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10일 새벽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만난 중도매인 이모씨(46.여)는 여전히 올해산 감귤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제주 현지 날씨가 좋지 않았다는 불가항력적인 면을 감안해도, 작년보다 맛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며 “설상가상으로 소비심리까지 가라앉아 가격 반등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전날 1만7000원(상품 10㎏)에 경매에서 구입한 감귤을 보여준다. 시세에 비해 다소 비싸게 샀는데, 품질은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고 말했다. 수년째 구입하는 서귀포시 신효동 지역 감귤이라 믿고 찍었는데, 올해는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10일 오전 2시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동공판장의 감귤경매는 차분하면서도 조금은 들뜬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전날 전국 주요 공영도매시장 평균 경락가가 오랜만에 1만3000원대를 넘어 1만3300원을 기록한 영향인지 가격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중도매인들의 얼굴도 다소 상기된 느낌을 줬다.
올해산 노지감귤 가격은 지난 9일까지 평균 1만951원에 그치고 있다. 작년 동기와 견줘 20% 가량 낮은 수준이다.
극조생을 중심으로 출하초기 공급 물량이 넘친 데다 저급품과 부패과가 쏟아지면서 가격이 곤두박질친 영향이다.
이달들어 조생으로 시장 출하품이 대체되면서 경락가도 힘겨운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새벽 가락동 공판장 경매에서도 초반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됐으나 이내 상승세가 이어졌다.
농협공판장을 비롯해 한국청과·동부팜청과·중앙청과·서울청과 등 5개 대형 중도매법인에서 형성된 평균 경락가는 1만4800원.
전날보다 7% 올랐다. 상품성이 좋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출하량이 10% 줄어든 것이 주효했다. 중앙청과(1만5500원)와 농협공판장(1만5300원)은 1만5000원을 넘겨 사실상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출하량(378t)은 작년 같은 날에 비해서는 무려 38%나 줄어든 규모다. 소비부진 등으로 처리가 쉽진 않지만 구입할 수 밖에 없는 중도매인들의 경쟁이 가격을 연일 끌어올리고 있다.
극조생이 흐려놓은 올해 노지감귤 시장을 조생이 반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악재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날 경매에도 방울토마토만한 비상품 감귤이 버젓이 2번과 도장을 찍고 나와 눈총을 샀다.
최근 도매시장의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맞춘 소포장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10㎏ 포장상자 대신 5㎏와 3㎏ 크기가 부쩍 늘었다.
맛이 좋은 3㎏ 소포장 감귤 경락가가 2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내년쯤에는 이런 소포장 감귤이 전체 출하량의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정배 농협 가락공판장 경매팀장은 “소비둔화가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품질만 좋아진다면 시세는 분명 회복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극조생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빨리 털어낼 수 있도록 고품질 위주의 출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희룡 도지사가 이날 경매시간에 맞춰 가락동 도매시장을 방문해 5개 대형 중도매법인을 차례로 돌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강덕재 농협 제주본부장과 강희철 제주감귤연합회장(서귀포농협 조합장), 김기훈 제주감귤농협 조합장, 김성범 중문농협 조합장. 하희찬 애월농협 조합장 등도 함께 했다.
원 지사는 이수범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 연합회자 등과 간담회를 갖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고품질 감귤만 출하될 수 있도록 농가와 행정당국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내년부터 감귤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출하단계에서 비상품 감귤을 격리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매일 신정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