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폐지 이후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향후 3년간 대기업의 진출이 금지되거나 제한된다.
2011년 9월 처음 시행돼 지난 9월 두부·고추장·제과점·순대·떡·막걸리 등 100개(제조업 85개, 서비스업 15개)품목이 지정됐다. 적합업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민간 중심으로 선정해 대기업이 스스로 합리적 역할을 분담하는 제도로서 지난 3년간 대기업 및 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문화 정착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올해는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던 품목들의 3년간의 1차 보호기간이 종료되고 신규 지정심사 및 재검토 주기가 다가오는 시점이다. 따라서 대기업의 무차별적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탱해 줄 수 있도록 적절한 검토 평가가 필요한 시기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3년 적합업종 이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단체 중 상당수가 ‘나름대로 잘 이행되고 있다’고 응답해 제도가 시행된 지 2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많은 대기업의 자발적 협력을 통해 제도 운영이 안착돼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매출 확대에 큰 효과는 없었지만 경영상의 심리적 안정감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품질 개선, 원가절감 등에는 효과적이었다. 현재 95.5%가 적합업종 재지정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논의 시점을 앞두고 일각에서 제도운영상의 문제점을 확대시키거나, 근거 없는 사실을 왜곡하고 대기업을 옥죄는 제도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취지와 효과를 근본적으로 축소 및 약화시키려는 시도다.
자칫 국민적 공감과 대기업 및 중소기업간 협의를 통해 이루어낸 경제민주화의 대표적 산물인 중소기업적합업종의 운영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중소기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시행 3년만에 대폭 손질하면서 ▲지정기간에도 재심의 거쳐 조기 해제 ▲중기단체가 재지정 신청하지 않으면 해제 ▲대표성 있는 중기단체만 적합업종 신청 ▲성과 등 감안해 재지정 1~3년 차등화 ▲중기 독과점 여부·전문중견기업 보호 등 감안·재지정 대상에서 제외 ▲외국계 기업도 국내기업과 동일한 기준 등 주요내용이 대기업 의견을 많이 반영해 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적합업종 신청기준이 까다롭고 해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올해 적합업종이 대거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까지 떡과 순대 등 14개 품목은 9월 30일, 두부와 어묵 등 23개는 지난달 30일, 도시락과 단무지 등 45개는 오는 31일까지 재지정 또는 해지를 결정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이 82개 품목 가운데 김, 블랙박스(차량용) 등 5개를 제외한 77개 품목에 대해 재지정을 위한 합의를 신청했고, 대기업들은 두부, 장류, 순대, 막걸리, 어묵 등을 포함한 50개 품목을 적합업종에서 해제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중소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보호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양극화가 심한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자생력을 키울 때까지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실제 이 제도는 균형성장의 토대 마련에 기여, 사회적 갈등 비용을 크게 줄여 왔다. 동반위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 품목 재지정 등에서 합리적 탄력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운영,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