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황화론(黃禍論)’
제주판 ‘황화론(黃禍論)’
  • 제주매일
  • 승인 201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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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부국장 한경훈

제주와 중국의 인연은 오래됐다. 서복(徐福)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제주에 왔다갔다는 전설이 있다. BC 221년 중국 첫 통일 왕조를 건설한 진시황의 명(命)을 받아서다. 그 정황은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우호를 상징하는 인물의 하나로 서복을 꼽았다. 지난 7월 방한 시 서울대 강연에서다. 그는 저장성(浙江省) 당서기로 있던 2006년 제주 방문 때 서귀포시 서복기념관을 찾기도 했다.

시 주석 외에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권력 핵심들이 예외 없이 제주를 방문했다. 장쩌민·후진타오 주석, 리펑·주릉지·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수뇌부들이 제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일까.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지난달 중순까지 260만명이 방문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87%다.

최근에는 단순 방문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제주 ‘땅’ 매입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9월 현재 중국인 소유 도내 토지면적은 799만9000㎡. 3개월 새 87.2%(372만6000㎡)나 증가했다. 중국인들은 이미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다. 이제 제주 땅 ‘싹쓸이 쇼핑’을 본격화한 모양새다.

토지만이 아니다. 호텔·상가·아파트 등 매입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인들은 ‘묻지마 가격’으로 땅을 사들여 호텔·상가를 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에게 토지는 특별한 재화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자국에서는 땅을 소유할 수 없다. 토지공유제 때문이다. 땅값 개념이 우리와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땅은 사서 묻어두면 언젠가는 가격이 오른다. 후손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본국과 가깝고 자국민이 많이 찾는 제주에 투자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중국인 투자가 가속화하면서 제주지역의 지가와 상가 임대료가 들썩이고 있다. 요우커들이 중국인 운영 상가에서 쇼핑하고, 자국인 소유의 숙박시설에서 자는 소비패턴도 나타나고 있다. 난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도 문제다. 특히 무분별한 중국자본 유입은 제주를 투기장화 할 우려가 있다.

제주사회에서 ‘중국 자본’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과 투자가 늘어도 일반 도민은 혜택은 고사하고 피해만 볼 것이란 불신이 팽배하다.

몽골 칭기즈칸 군대의 위력을 경험한 바 있는 서구(西歐)사회에서는 ‘황화론(黃禍論)’이 회자되곤 한다. 중국을 대표로 하는 황색인종의 융성은 서양 문명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그 ‘황화’ 공포가 제주에서도 일고 있다.

그렇다고 차이나머니 유입을 막을 순 없다.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람이 오니까 돈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자본은 이익이 있는 곳으로 흐른다. 외국인 투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제주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반증이다.

과거엔 외자 유치를 못해 전전긍긍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계획 1단계(2002~2005년)에서는 투자 유치가 전무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과거처럼 “투자해 달라”고 애걸복걸 안 해도 된다. 제주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다. 이에 따른 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우선 환경 등 제주의 가치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발 전략을 짜야 한다. 고기를 잡을 그물을 만들고 그 안에서 고기가 놀게 해야 한다. 중산간 난개발이 문제라면 구도심으로 ‘돈길’을 돌리는 방법을 고안하면 된다. 고층건물 등 지상 고도가 문제라면 땅 속 개발도 있다. 외국자본의 토지 취득에 대한 도민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사용권만 인정하는 ‘장기임대’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국자본을 무조건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뒤늦게 경제개발에 나선 중국의 비상은 제주에 기회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제주발전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 그만한 지혜와 능력이 우리에게 있느냐가 문제다. 제주도정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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